텔레그램 n번방 사건방지법 있지만, 불법영상물 소지는 처벌 미약

텔레그램 ‘n번방에서 2000개가 넘는 아동 성착취물 영상을 구입한 혐의로 기소된 남성이 재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4단독(박용근 판사)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소지)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120시간의 사회봉사와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수강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8월께 n번방 운영자 켈리신모씨(32)에게 5만원을 내고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영상 2254개를 다운로드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아동·청소년이 출연하는 음란물을 소지했고 이는 음란물 제작 행위를 하는 유인을 제공한 점에서 엄벌이 불가피하다다만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점, 관련 영상을 다시 유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과거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A씨에게 아동 성착취물 영상을 판매한 켈리신모씨는 조주빈(25·구속기소)이 운영한 박사방등 성착취물 공유 대화방의 시초 격인 n번방을 처음 개설했던 갓갓문형욱(24·구속기소)으로부터 n번방을 물려받아 운영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져서 지난 4월 징역 1년이 확정됐다.

당시 징역 2년을 구형했던 검찰은 신모씨가 수사에 협조적이었다는 이유로 1심 판결 후 항소를 하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국에서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가볍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미국의 경우 아동성범죄 사이트 운영자는 20년 이상 중형이 선고되고, 음란물 소지 차제로 10년 이상이 선고된다.

세계 최대의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는 지난해 징역 1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미 법무부가 손씨의 강제송환을 요구했으나 법무부가 불허했다.

반면 웰컴투비디오에서 아동·청소년음란물을 내려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미국과 영국 국적 피의자들은 중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1990년대 후반에 생겨 몰카, 강간 등 불법 음란물이 넘쳐났던 소라넷은 회원이 100만명이 넘었는데도 운영자 한명만 처벌됐다. 한국에서는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을 소지하고 있다고 해도 집행유예 이상 처벌을 받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사법부는 물론 국회의원들도 불법영상물 소지에 대한 인식이 매우 관대하거나 무지하다. ‘n번방사건이 사회문제가 됐을 때 사이버 공간 성범죄를 처벌해달라는 목소리가 20대 국회 때 국민청원 1호로 상임위에 회부됐지만, 회의에 참석한 일부 국회의원들에게서는 문제의식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시 정점식 미래통합당 의원은 자기 만족을 위해서 이런 영상을 가지고 혼자 즐긴다. 이것까지(처벌로)갈 것이냐?”고 했고, 김도읍 미래통합당 의원은 기존 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하지 않냐? 청원한다고 법 다 만드냐?”고 했다. 심지어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은 이것도 소위 'n번방 사건'이라는, 나도 잘은 모른다..”n번방 사건의 실체도 모르고 있었다.

20대 국회 때인 지난 429, 불법 성착취 영상물 제작·배포 행위 뿐 아니라 소지하거나 구입한 경우에도 형사 처벌 대상이 되도록 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방지법(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형법·정보통신망법·범죄수익은닉처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기에는 불법 성적 촬영물을 소지·구입·저장·시청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규정이 담겼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가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한 A씨의 혐의에는 결국 반성, 전과 없음 등의 감경요인이 작용했다.

지난 2일 대법원 양형위원회(양형위)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에 관한 15차 공청회에서는 감경 사유에 대해 종전보다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될 것임이 예고됐다.

이날 양형위의 손철우 수석전문위원은 3개월간 청소년 성착취물 1400건을 제작한 사건에 대해 법원에서 징역 2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사례를 들어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가 자의로 영상물을 전송했고, 성착취물이 유포되지 않은 점을 유리한 양형 사유로 삼았다고 하면서 “(새 양형기준에서는) 어느 것도 양형인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엄중한 처벌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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