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범준
사진-서범준

 

작년에 소천하신 아버지가 생전에 더디 가도 황소걸음이 낫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새벽 등산을 나서며 인적 없는 찻길을 바라보다 도로에 표기된 30km 제한속도 표지를 보고 문득 아버지의 그 말씀이 떠올랐다. 등산을 하는 내내 아버지의 말씀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런 생각 중에 마주친 어느 부부. 몸이 불편한 아내가 남편의 오른팔에 의지해 함께 등산을 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에 깊은 깨달음이 느껴졌다.

황소걸음.치열하고 숨가쁜 삶의 여정에서 앞만 바라보고 달리지 말고, 달려온 길을 돌아보고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지며, 또 돌아보지 못한 내 주변을 살피며 겸손과 감사하는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가라는 아버지의 말씀, 그 삶의 지혜를 나이 50에 다시 깨닫는다.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해야 할 시간, 다가오는 2021년은 제대로 황소걸음을 걸어 볼까 한다. 논두렁 길을 걸으며 잠시 걸음을 멈춰 흙냄새와 풀냄새도 맡고, 주변도 돌아보며 걸어가는 느리지만, 깊고 충만한 걸음 말이다.

 

서범준 작가는 여행 사진작가 겸 크리에이터, 선우 여행팀 팀장으로 있다. 20여 년을 여행사에서 일하며 수많은 도시를 돌아다녔다. 사람, 자연, 도심의 빌딩숲, 미로 같은 골목길, 간판 덜그럭거리는 노포..혼자 눈에 담고, 마음에 두기 아까운 것들을 공유하며 바쁘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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