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반낙태정책으로 청소년 임신 증가, 불법 낙태 횡행

*pixabay
*pixabay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은 낙태 문제가 중요한 이슈였다. 결국 낙태반대 입장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후 낙태에 반대하는 기독교 우파 닐 고서치와 브랫 캐버노를 대법관으로 지명했고, 가족계획협회(Planned Parenthood Global, PPG)에 대한 연방예산안도 삭감했다. 20171월에는 멕시코시티정책을 회복시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는데, 이 규정은 미국의 자금지원을 받는 해외단체들이 여타 자금을 낙태와 관계된 일에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글로벌 함구 규정(global gag rule)’이라고도 불리는 이 정책은 레이건 대통령이 1984년에 고안한 대표적인 낙태권 반대조치였다. 이후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폐지했다가 1995년 부시 대통령이 취임 첫날 재가동 시키는 등 민주당은 파기하고 공화당은 다시 도입하면서 트럼프 정부에 이르렀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하에서 이 정책은 확대돼 거의 모든 쌍무적인 미국 원조에 적용됐고, 이로써 120억 달러(한화로 약 13조원)에 달하는 자금에 영향을 미쳤다.

조 바이든 후보가 미 대선에서 승리한 후 안도의 한숨을 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케냐생식보건네트워크(RHNK, Reproductive Health Network Kenya)의 대표인 넬리 문야시아(Nelly Munyasia)도 그 중 한명이다. 이 단체는 낙태정보제공을 비롯한 보건서비스를 지원한다.

그녀는 힘들었던 지난 4년간을 설명하기에 앞서 이제 상황이 좋아지리라 기대하며 신이난다. 자금지원이 가능해질 것이고, 따라서 여성들과 소녀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함구 규정은 이 단체에도 즉각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RHNK의 모든 자금은 가족계획협회를 통해 미국에서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문야시아 대표는 RHNK의 프로그램을 축소했고, 500명 이상의 보건노동자 교육을 중단해야 했다. 수많은 여성들이 피임약을 받지 못했고, HIV 검사나 암검사를 받지 못했다. 청소년 임신은 증가했고, 여성들은 비공식 낙태술에 의존해야 했다. 태아가 강둑에 버려지기도 했다.

*pixabay
*pixabay

매년 30만 명의 여성과 소녀들에게 주던 혜택이 2년 만에 15만명으로 감소했다. 자금은 오직 쉬디사이드(SheDecides movement)’ 운동을 통해서만 확보됐다. SheDecides는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일종의 글로벌 캠페인이자 이를 주도하는 운동체이다. 2017년 초 네덜란드에서 시작되어 50여 개국과 많은 단체들이 참가하고 있다.

문야시아 대표는 바이든 신임 대통령이 취임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면서 상황이 제 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빠르게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야시아 대표의 기대와는 달리 그 과정이 순탄하지도, 그렇게 빠르지 않을 수도 있다.

생식권 단체인 PAI의 조나단 룩스(Jonathan Rucks) 선임 담당관은 상황은 2022년이 되어서야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자금 지원자들을 안심시키고, 그들의 자금으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이해시키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라면서 가족계획 자금이 제한되면 24~25개국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다. 세계 60여 개 국의 자금지원 국가들이 미국 정치인들의 변덕으로 지원이 축소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과연 미국 정부와 다시 함께 일할 수 있는지 고려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우간다 보건인권발전센터(CEHURD, Center for Health, Human Rights and Development)의 모세 물룸바(Moses Mulumba) 대표는 미국 정부가 각국의 미국 자금지원 담당부서에 정책변화를 명백하게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함구 규정은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오랜 시간에 걸쳐 공을 들인 계약과 협력을 잃어버렸다면서 국회의원 및 보건 노동자들과 쌓아놓은 관계, 여러 지역과 쌓은 신뢰와 지지를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워싱턴시의 보건 및 양성평등센터베르네 루즈-스나이더(Beirne Roose-Snyder) 공공정책관은 부시 대통령 후임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보다 그래도 현재의 시민사회는 준비가 잘돼있다고 말했다.

루즈-스나이더 담당관은 우리는 그 때보다 잘 조직돼 있고 잘 연결돼 있다. 기술 발전으로 우리는 모두 (Zoom)’으로 연결돼 있다고 하면서도 상황을 되돌리는 데는 엄청난 일들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권단체들은 바이든 정부가 단순히 함구규정을 폐지하는 것 이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구규정을 영구 폐지하기 위해서는 2019년에 제정된 글로벌 보건과 권한 및 권한 분산법(Global Health, Empowerment and Rights Act)’을 강력히 지지해야 한다.

또한 미국의 자금이 강간이나 근친상간 또는 여성의 생명이 위험에 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낙태에 사용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헬름 수정조항(Helms amendment)’을 없애거나 최소한 명확히 해야 한다. 이 수정조항을 폐기하는 법안이 지난 7월에 상정돼 있다.

시민운동가들은 무엇보다 새로운 정부가 공식적으로 성 및 생식에 관한 권리(sexual and reproductive rights)을 인정하기를 원한다. 세계보건기구와 유엔 인권위원회에 다시 가입하고, 유엔인구기금에 자금지원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4년간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적으로 합의된 인권정책을 수정하면서 새로운 의제를 제안하려고 애써 왔다. 결의안과 유엔선언에 반대하면서 수정을 요구했다. 지난 10월 미국은 30여 개 국을 설득해 반낙태정책인 제네바 합의선언에 서명하도록 했다.

루즈-스나이더 담당관은 제네바에서 서명되지도 않았고 합의된 것도 아닌 제네바합의선언, 그리고 양도 불가능한 권리위원회(Commission on Unalienable Rights) 등은 매우 파괴적인 역할을 했다면서 우리는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이런 생각을 지지하거나 추구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시그널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웨딩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