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열 달 기르심은 아버지의 하루 낳아주심만 못하다” 글귀 논란

용인시 한 보건소의 임산부 봉투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용인시 한 보건소의 임산부 봉투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스승님의 십년 가르치심은 어머니의 열달 기르심만 못하고어머니의 열달 기르심은 아버지의 하루 낳아주심만 못하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보건소에서 임산부에게 나눠준 선물 봉투에 적힌 글귀다. 조선시대 여성 실학자인 이사주당이 자녀를 양육하면서 겪은 경험들을 바탕으로 저술한 태교지침서인<태교신기>를 일부 발췌한 이 문구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온라인에서 확산되고 있다.

한 지역 맘카페에 지난 6일 보건소 봉투 사진과 함께 보건소 임산부 등록하고 주는 선물 담아준 봉투에 이런 글이 있어서 시대착오적이라 생각했다는 글을 올라왔다. 여기에 세상에, 너무 불쾌해요”, “진짜 저런 건 누가 만드는 걸까요”, “미친 것 같다등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보건소 측은 이 봉투는 용인시가 태교도시를 표방하던 2017년 만든 것으로 아버지의 마음가짐을 언급해 임산부를 돌보는 마음이 중요하고, 부모가 함께 태교에 힘써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려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용인시는 <태교신기>의 저자 이사주당이 혼인 뒤 머무르면서 저서를 집필한 지역이다.

한 네티즌은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얼마 전에 서울시 임신정보센터 글이랑 비슷하네요라고 지적했다.

앞서 서울시가 2019년 개설해 운영 중인 서울시 임신·출산정보센터의 게시물 중 임신 말기 행동요령을 안내하는 부분에 남편 및 가족 밑반찬 챙겨두기, 남편 속옷 챙기기등이 내용이 포함됐는데, 이에 대해 출산을 앞둔 산모 자신보다는 남편을 우선 챙기라는 것으로 읽혀 논란이 됐다.

용인시는 지난 3일 여성친화도시 조성에 앞장선 공로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지난 2013년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된 이래 여성의 경제 사회 참여 증진과 실질적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성인지적 관점을 적용한 정책을 꾸준히 발굴하고 추진해 이 상을 수여하게 됐다는 것이 용인시의 설명인데, 그래서 임산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임산부 봉투논란은 큰 아쉬움을 남겼다.

<태교신기>는 임산부에 대한 배려, 부부의 원만한 관계, 아버지의 바른 마음가짐과 생활 등을 강조하고 있다. 200년이 지난 지금도 유용한 내용이 많은데, 하필이면 이 글귀를 사용한 것에 대해 세심하고 신중한 사업 진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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