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이황 종가의 설 차례상도 5가지 음식 올려

일반가정의 설 차례상(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올해 설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이 25만원, 대형마트는 32만원이라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2일 밝혔다. 지난달 18~22일 전통시장 37곳과 인근 대형마트 37곳을 대상으로 설 제사용품 27개 품목의 가격을 비교 조사한 결과다.

일반 가정 차례상에는 보통 2~30가지 음식이 올라간다. 과일은 종류별로 별도 제기에 각각 담고 전과 육류도 몇가지 되고, , 삼색 채소, 각종 유과, 대추나 생율 등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다. 차례상 비용이 2~30만원대인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국학진흥원은 일반 가정의 이런 차례상은 종가집보다 평균 5~6배 가량 많다고 지적했다.

제례문화의 지침서인 주자가례에 따르면 설날은 새로운 해가 밝았음을 조상에게 알리기 위해 간단한 음식을 차려 인사를 드리는 일종의 의식(儀式)이다. 그래서 설날과 추석에는 제사가 아니라 차례를 지낸다. 차례(茶祭)차를 올리는 예라는 뜻인데, 우리나라 명절 차례에서는 차 대신 술을 쓴다.

주자가례에 명시된 설 차례상에 술 한 잔, 차 한 잔, 과일 한 쟁반을 차리고 술도 한 번만 올리며 축문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국학진흥원은 2017년부터 제례문화 현대화 사업을 하며 예서(禮書)와 종가, 일반 가정 설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을 조사했다. 그 결과 전통 격식을 지키는 종가의 설 차례상 역시 주자가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퇴계 이황 종가의 설 차례상(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경북 안동 퇴계 이황 종가의 설 차례상(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경북 안동의 퇴계 이황 종가에서는 술, 떡국, 포 전 한 접시, 과일 한 쟁반 등 5가지 음식을 차례상에 올린다. 과일 쟁반에는 대추 3, 5, 1, 1, 사과 1, 1개를 담았다. 주자가례와 비교해 차가 생략됐고, 그 대신 떡국과 전, 북어포를 추가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원래 간소하게 장만하던 차례 음식이 경제 여유가 생기고 유통구조가 발달함에 따라 점차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주자가례와 종가에서 하는 것처럼 술과 떡국, 과일 한 쟁반을 기본으로 올리면서 나머지는 형편에 따라 약간씩 추가해도 예법에 전혀 어긋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과도한 차례상 차림은 비용 문제, 수고로운 준비과정 등으로 가족간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826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번 추석연휴 제발 없애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명절에 시댁에 오고 가는 과정에서 아이가 코로나19에 걸릴까봐 걱정이라는 이 청원인은 시댁이 무서운 곳도 많습니다. 며느리된 입장에서 코로나 때문에 못간다고 말 한마디 못하는 답답한 심정 아십니까? 진짜 아무리 결혼해서 며느리가 됐지만 내 몸 내맘대로 못하는 심정을 아십니까? 꼭두각시 같은 인형이랑 다름없습니다. 아마 이혼을 각오하고 말해야 합니다...”라면서 차라리 추석 연휴를 없애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현행 사회적 거리 두기(수도권 2.5단계·비수도권 2단계)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가 이어지면서 방역당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비대면으로 안부를 전할 것을 권하고 있다.

종전처럼 많은 가족들이 모이는 북적거리는 명절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차례음식을 줄이겠다는 가정이 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원래 간소했던 차례상의 모습을 되찾기를 바란다는 의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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