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성차별을 표현, 한국 미투운동의 중심 텍스트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작가 조남주(출처-자이트)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작가 조남주(출처-자이트)

2016년 출간된 조남주의 소설‘82년생 김지영은 우리 사회의 미투 운동, 페미니즘 열풍과 맞물려 사회적 신드롬을 일으켰다.

지난 해 타임지는 이 책을 ‘2020년 꼭 읽어야 할 책 100에 선정했고, 대만에서는 전자책 부문 1위에 오르는 등 세계적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독일 자이트에 따르면 국제적인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이 이번에는 독일에서 출간됐다. 평론가 Jonas Lages는 책의 내용과 함께 김지영이 불러일으킨 사회적 현상과 그 배경 등을 소개했다.

김지영은 30대 초반에 엄마가 됐다. 그녀는 다니던 홍보대행사를 그만뒀고,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다. 한국의 중요한 명절인 추석에 그녀는 시댁에 가서 오랜 시간 부엌에서 요리를 했다. 시어머니가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그녀는 그녀 엄마의 목소리로 사실 제 딸은 명절이 지나고 나면 너무 지쳐서 며칠은 쉬어야 해요라고 말한다. 시아버지는 얼굴을 찌푸렸다. 며칠 후 남편은 그녀를 정신과 의사에게 데리고 갔다.

‘82년생 김지영의 도입부이다. 이 소설은 지영은 왜 심리적 망상에 빠지게 되었는가?”라고 묻고, “그 이유는 그녀가 가부장적 사회에 태어났기 때문이다라고 답한다.

이 작품은 일상의 성차별에 대한 연구이고, 2020년 가장 중요한 한국 소설 중의 하나다. 한국에서만 100만부 이상 팔렸고, 성적 불공정성에 대한 논의를 일으켰다. 이 책은 2018년 서울에서 1만여명의 여성들을 시위로 이끈 한국 여성운동의 중심 텍스트가 됐다.

대통령에게도 전달된 소설

소녀시대와 BTS같은 유명 K-pop 그룹 멤버들이 이 책을 추천했고, 민주당은 모든 국회의원들에게 이 책을 나눠줬으며, 좌파인 정의당의 한 정치인은 이 책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2백만 명 이상이 관람했다. 또한 이 영화에 대한 의견차이로 이혼한 커플에 관한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유명한 K-pop 밴드레드벨벳의 멤버이자 여성운동가적인 활동으로 알려진 아이린이 이책을 읽었다고 하자 인터넷에는 그녀의 사진을 불태우는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소설은 주인공의 생활을 치밀하게 따라간다. 그녀가 생활 속에서, 딸로서, 여학생으로서, 직장인으로서, 아내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당하는 것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그녀는 괴롭힘과 모욕을 당하지만, 누구에게 기대지 않는다. 그녀는 규범을 따르고 손해를 본다. 규범은 이미 그녀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예견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다. 세계경제포럼의 글로벌성격차지수(Global Gender Gap Index)에서 108위를 차지하고 있다. 여성의 임금은 남성보다 32.5% 낮다. 직장에서 여성의 권한 정도를 나타내는 이코노미스트지의 유리천장지수에서는 OECD 국가 중 최하위이다.

지영에 대한 차별은 가족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녀의 남동생은 대우를 받는다. 예를 들어 그는 첫째 아들로서 집안일을 돕지 않고, 엄마와 함께 자는데도 자신의 방을 갖고 있다. 어느 날 저녁 지영의 귀가길에 한 젊은이가 따라왔는데도 아버지는 지영을 혼낸다.

학교에서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선생님은 남학생들의 괴롭힘을 좋아해서 그러는 것이라고 용서한다. 입사면접 시험에서 그녀는 성차별적인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겨우 직장에 입사하자 회식에서 억압적인 남성 상사들에게 차별을 당한다. 남편이 더 많이 번다는 이유로 딸을 낳은 후 그렇게 원하던 직장을 그만둔다.

대학졸업을 앞두고 수백개의 입사지원서를 쓸 때는 그래서 지영은 요구사항을 계속 낮추었습니다라고 적혀있다.

이 소설은 절망과 각성의 연대기이다. 이 소설은 남성들이 그녀가 펼쳐나갈 공간을 앗아감으로써 지영의 바람이 어떻게 사라져 버리는지를 이야기한다.

조남주 작가는 인터뷰에서 여성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에 말할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면서 우리가 여성이기 때문에 이유 없이 느끼는 절망과 소모 그리고 불안에 대해서라고 말했다.

보편적인 한국 여성의 이야기

조남주 작가는 작품 속에서 가부장적 시스템에서 여성의 자아발견을 주제로 하는 동아시아 여성작가의 반열에 올랐고,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의 또 다른 작가 한강은 소설 채식주의자2016년에 맨부커국제상을 받았다. 이 작품에서도 한 여성이 자신의 가족들에게 저항하며 식물화되려고 한다. ‘82년생 김지영에서와 마찬가지로 채식주의자의 여주인공은 가족에게서 정신병자 취급을 받는다.

일본의 여류작가 사야카 무라타(Sayaka Murata)는 자신의 베스트셀러 소설에서 사회적 관습과 싸우는 이방인 여성을 묘사하고, 소설가이자 배우인 미에코 가와카미(Mieko Kawakami)는 소설 젖과 알에서 사회규범이 어떻게 여성의 몸에 각인되는지를 보여줬다.

조남주 소설의 힘은 평범한 묘사에 있다. 등장인물과 사건의 일상성에서 공포가 스며나온다. 예를 들어 여학생의 팔을 잡아 자신의 소매 밑으로 가져가는 선생님, 전철에서 지영의 등 뒤에서 몸을 부비는 낯선 사람, 직장 회식에서 술을 강요하는 직장 상사 등. 여주인공의 이름은 당시 가장 흔한 이름인 김지영이고 이로써 (당시 여성들을) 대리하게 된다.

나아가 각주에는 연구조사와 통계를 보여주고 사회학적인 시각으로 사회현상을 정리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08년에 폐지된 호주시스템에서는 새로 태어난 아기는 아빠 이름 밑으로만 등록될 수 있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 소설이 지영이라는 이름으로 억지로 지어낸 하나의 사례를 다루고 있다는 비난을 사전에 무력화시킨다.

이 소설이 예술성이 없다는 비평을 종종 듣는다. 그러나 그 반대이다. 이 소설의 예술성은 독자들로 하여금 픽션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드는 데 있다. 이 소설은 사례연구의 형태를 갖고, 냉정하고 사실적으로 말하고, 감각적인 묘사를 하지 않는다. 소위 사실 보도같은 풍이 지배하고 있지만, 숫자가 말하고 상황만을 묘사해 여주인공의 영혼이 어떻게 일그러지는지에 대한 물음에 답한다.

언어폭력에 관한 한 연구

지영이 남편 대현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둘이 과연 사랑하는지, 그리고 둘이 어떻게 결혼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영이 시부모를 처음 만났을 때, 시어머니는 지영이 연습을 통해 살림을 잘 꾸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성역할분담이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것이 결정적이다.

이 소설은 언어폭력과 그 영향에 대한 하나의 조사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지영의 미래 직업에 관해서 아빠는 얌전하게 있다가 결혼해!”라고 말하고, 남자친구는 씹다가 뱉어낸 껌을 누가 씹겠니라고 말한다. 이 말을 듣고 지영은 이 친구와 결별한다.

어느 날 공원에서 지영이 딸과 함께 앉아 커피를 마실 때, 옆 벤치에 앉아 있는 젊은 직장인들중 한 명이 , 나도 남편 돈으로 공원에 앉아서 커피나 마시면 좋겠다. 기생 식물처럼(한국어로 지영은 맘충이라고 모욕을 받는다. 이 말은 엄마와 벌레를 결합한 여성비하적 합성어이다.)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는다

지영은 도망친다. 커피가 손에 쏟아지고, 딸아이는 깨어나서 운다. 그녀는 하루종일 마비된 것 같았다.

이런 언어폭력의 이면에 있는 것은 그것이 말을 못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가능한 결과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화와 절망감을 억제해야 하는 말할 수 없음이 정신병의 정점이다. 지영은 자신의 상황을 비난한다. 그러나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라 자신의 주위에 있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비난한다.

이 소설의 여주인공은 침묵하고 싶다. 그러나 이 소설에 대한 공공연한 반응은 흘려들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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