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증가에 따라

조부모 육아도 늘어

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 맞벌이 가정의 육아 공백을 조부모가 메꾸는 상황

얼마 전 다뉴브강 유람선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60대 할머니가 여섯 살 손녀를 꼭 끌어안은 모습으로 발견되어 많은 사람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손녀를 맡아 키우던 노부부가 손녀와 함께 여행을 갔다가 벌어진 일이었다.

실제로 황혼육아를 하는 경우 손자, 손녀에 대한 애틋함이 자식을 키울 때보다 훨씬 크다고 한다. 내리사랑의 극치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맞벌이 부부의 비율은 2013년 42.9%, 2016년 44.9%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맞벌이 부부 10쌍 중 6쌍은 조부모나 친인척에게 양육 도움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과 육아를 균형있게 하기가 아직은 제도적으로, 또 인식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맞벌이 가정의 육아 공백을 대부분 조부모가 메꿔주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특단의 조치가 있어서부부가 육아 걱정 없이 사회활동을 하게 되는 그날까지 조부모 육아는 맞벌이 증가와 함께 점점 더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조부모가 부모 역할을 한다고 해서 진짜 부모처럼 하기는 어렵다는 거다. 적어도 20년 만에 다시 육아를 하기 때문에 하나하나가 새삼스럽고 어렵다. 둔해진 손으로 기저귀를 갈거나 우유를 타고, 학령기 손자녀인 경우는 공부도 챙겨야 한다.

자식들 다 키워놓고 이제야 노년의 여유를 즐기나 했는데, 손자녀 돌보느라 손발이 다 묶여버렸다. 외부 활동에 제한이 있다 보니 무력감과 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

육아정책연구소가 2015년 현재 손자녀를 돌보고 있는 조부모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조부모의 고충을 잘 보여준다. 응답자 10명 중 7명 이상(73.8%)은 손자녀 육아를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그 이유로는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어서”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 손자녀 돌보는 조부모 10명 중 7명은 그만두고 싶어해

조부모들은 이미 오랜 세월 노동과 사회활동으로 개인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만성적인 근골격계 질환을 갖고 있다. 황혼육아를 하는 조부모들이 많이 걸리는, 소위 ‘손주병’ 3종 세트는 관절염, 손목건초염, 우울증이다.

저절로 낫는 병이 아니고, 오히려 몸과 마음을 무리하게 써서 생기는 병들이므로 조부모 스스로 증상이 있으면 제때 치료를 받아야 한다. 혹시 자식들 걱정할까봐 그냥 참고 방치했다가는 나중에 자식들 진짜 걱정시키는 일이 생긴다.

조부모 육아 증가 추세에 맞춰 서울교육청이 6월부터 일부 초등학교에서 학조부모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소식이다. 손주의 학교생활에 대한 이해, 조손간 대화법 등을 가르친다고 한다. 교육청 뿐 아니다. 지자체, 지역의 대학들, 병원 등에서도 조부모 육아교실을 운영한다.

물론 조부모에게 손자녀의 학교생활 팁, 영양 레시피 같은 정보도 필요하다. 하지만 황혼육아로 쌓이는 심신의 피로와 질환을 살펴봐주는 관심도 중요하다.

지난해 11월, 이용호(무소속) 의원은 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에게 양육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 '아이돌봄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으로는 조부모에게 양육비를 지원하는 사업은 서초구와 광주광역시의 손주돌보미 서비스 정도이다. 서초구의 경우 손자녀를 돌보는 관내 조부모가 양육 교육을 이수하면 6~12개월까지 매달 최대 24만원을 지급하며, 광주광역시는 보육시설 미이용시 월25만원, 이용시 월10만원을 지급한다.

조부모 양육비 지원은 지원이라는 명목 하에 오히려 황혼육아를 부추긴다는 점, 양육수당과 중복된다는 우려가 있다. 또한 맞벌이 가정을 위한 보육 체계의 부족이라는 문제의 핵심을 흐려놓을 수도 있다.

입시에 성공하려면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재력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는데 최근 할머니의 운전 실력이 추가됐다는 웃픈 얘기가 들린다.

황혼 육아도 힘겨운데 재력과 운전실력이라니, 이 땅의 조부모들은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서울-웨딩TV】 윤지수 기자 paula.y@wedd.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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