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이 가져온 빛과 그림자

○ 국내 분만진료 도맡던 제일병원의 55년 아성을 무너뜨린 저출산

1963년 문을 연 국내 첫 산부인과, 한때 국내 신생아의 2%가 태어난 병원.

바로 국내 최초 여성전문병원인 제일병원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분만진료를 도맡다시피 했던 제일병원이 최근 몇 년간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제일병원의 아성을 무너뜨린 것은 다름 아닌 저출산이다. 지난 55년간 25만명의 아이가 태어났던 제일병원의 출산건수는 2012년 6808건에서 2017년 4202건으로 5년 사이 38.3%나 줄었다.

아이를 낳지 않으니 산부인과가 줄어드는 건 당연하다. 저출산의 직격탄을 피할 수 없었다.

제일병원의 상황이 이 정도면 다른 산부인과 병원은 말할 필요가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최근 5년간 지역별 분만심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분만기관수가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지역은 광주광역시로 2013년 24개에서 2017년 12개로 절반이 줄었다. 서울의 경우 산부인과 5곳 중 1곳이 분만실을 폐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는 분만기관이 17.6% 줄었다.

ⓒ웨딩TV - 저출산 문제를 고민하는 방송 ,건강한 결혼문화를 선도하는 언론 (자료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
ⓒ웨딩TV - 저출산 문제를 고민하는 방송 ,건강한 결혼문화를 선도하는 언론 (자료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

 

○ 산부인과에 이어 소아과 줄어 지역 임산부들은 어쩌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통계한 ‘시군구별 표시과목별 의원현황’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2013년 6월말 기준) 산부인과가 없는 시군구는 58개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는 시군구는 14곳에 달했고, 지역별로 전남(14곳), 경북(12곳), 강원(10곳)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 보건산업진흥원에서 조사한 ‘전국 병원의 산부인과 개설 비율’에 따르면 산부인과 는 2004년 52.3%에서 2011년 43.7%로 크게 하락했다. 저출산으로 인한 산부인과 전공의 기피현상을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웨딩TV - 저출산 문제를 고민하는 방송 ,건강한 결혼문화를 선도하는 언론 (자료 :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웨딩TV - 저출산 문제를 고민하는 방송 ,건강한 결혼문화를 선도하는 언론 (자료 :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지난 5월 한국금융연구원의 ‘출생아 수 변화요인 분석과 장래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35만 7000명이었던 출생아수는 2033년 29만 2000명, 그리고 2042년 23만 5000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었다. 이는 통계청에서 내놓은 장래인구전망 저위추계보다도 더 낮은 수준이다.

결국 출생아수는 점점 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인데, 이는 지금보다 산부인과, 소아과가 더 줄어들 것이라 것을 의미한다. 지역 임산부들의 고충이 더 커질 것이 분명하며,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못하면 산부인과와 소아과 부족이 출산의 또다른 장애요인이 될 수도 있다.

 

○ 경남에 이어 충남까지 산부인과 없는 지역에 새로운 정책 펼쳐

지방에 살고 있는 임산부들은 분만가능한 산부인과는커녕 임신 중 진료와 응급상황에 갈 병원조차 없어 119로 급박한 상황에 대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전국 최초로 경상남도는 출산장려시책으로 ‘찾아가는 산부인과’ 사업을 본격 가동했다. 최신 의료장비와 진료실 인테리어를 갖춘 이동용 진료버스를 특수 제작해 지역을 정기적으로 순회하는데,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에 거주하는 임산부는 각 지역의 보건소에 등록 후 해당지역 순회일정에 맞춰 보건소 산부인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충남도 역시 읍, 면, 농어촌 지역에 ‘안심출산 구급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출산이 임박하거나 조산 우려가 있고, 거동이 어려운 임산부를 병원으로 안전하게 이송하고, 응급처치와 위급 상황시 출산을 도와주는 서비스이다.

신청은 각 시, 군 보건소에서 신청서를 제출하거나 119에 전화로 가능하다. 대상은 충남도내 산부인과가 없는 읍, 면 지역 거주 임산부이다.

 

○ 인구는 줄어도 가정간편식, 유아간식 시장은 커지고 있어

식품업계에서는 일찌감치 저출산의 시대흐름을 읽어내 참신한 제품들을 선보이면서 인구 감소에도 오히려 규모가 커지고 있다.

편의점에서 한 끼 떼우기용이던 간편식이 이제는 안방 식탁에 차려지고 있다. 해마다 커지는 가정간편식(HMR)시장은 2013년에 비해 2018년에 19.4%로로 성장했다. 식품업계에서 즉석섭취조리식품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출산자녀수가 줄다 보니 가정에서 자녀는 귀한 대접을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식품업계는 VIB(Very lmportant Baby)족을 겨냥한 저출산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VIB족은 자녀, 손주, 조카 등 집안에 태어난 아기를 위해 소비를 아끼지 않는 이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출생률은 급격히 줄었지만, 이런 VIB족의 증가로 유아간식 시장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 저출산일수록 더 적극적인 유아동 마케팅

지역 백화점은 저출산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유아동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부산롯데백화점 광복점의 경우 최근 유아동을 동반한 가족고객들을 위한 테마파크를 개장했다. 이 곳은 초대형 놀이시설과 아쿠아몰, 스포츠체험 시설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유아동을 동반한 가족들의 방문을 유도함으로써 백화점 매출 증대를 꾀하겠다는 목적에서다.

예상대로 지난달 3만명이 넘는 방문객을 기록하면서 키즈 테마파크는 인근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았다.

저출산으로 인해 임산부들을 진료하는 병원들의 휴업과 폐업이 이어지면서 임산부들은 큰 불편을 겪고 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지자체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는 반면 새로운 틈새시장을 공략하면서 저출산에 대응해가는 일부 업종의 전략적인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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