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직장으로 복귀하고,

가정에 남아 아이를 돌보는 사람은 엄마.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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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사용분 외에 양도 가능한 150일은 대부분 엄마가 사용

스웨덴은 2018년 기준 합계출산율이 1.76명으로 프랑스, 덴마크와 함께 유럽의 출산강국 ‘빅3’이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0.98명으로 스웨덴의 거의 절반 수준이다.

육아하는 아빠, 하면 떠오르는 ‘라떼파파’도 스웨덴이 원조이다. 스웨덴은 1974년 세계 최초로 부모휴가제를 도입했는데, 이는 아버지의 돌봄권리를 법적으로 명시한 것이다. 이후 1994년 ‘아빠의 달’이 도입되었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양성평등적 시스템을 갖췄다고 하는 스웨덴에서, 일하는 남편과 헌신적인 아내, 이런 과거의 성역할이 여전히 익숙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웨덴의 언론인 마델랜 그네브스키(Madelaine Gnewski) 역시 스웨덴식 복지모델이 우수하지만, 그것이 평등과 동일하지는 않다고 주장한다. 그는 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진보적이라고 여겨지는 스웨덴의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인식을 지적하면서 부모 육아휴직제도를 그 예로 들었다.

스웨덴은 육아휴가 제도가 가장 잘 되어 있는 나라 중 하나로 출산 후 부모는 각각 총 240일의 육아휴가를 가질 수 있다. 그 중 90일은 본인이 사용해야 하는 최소한의 휴가이고, 나머지 150일은 두 사람의 동의하에 한 사람에게 몰아줄 수 있다.

그네브스키에 따르면 바로 이 대목에서 전통적 기대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즉, 최소한의 육아휴직 후 직장으로 돌아가는 쪽은 대부분 아빠이고, 엄마가 가정에 남아 아이를 돌본다는 것이다.

그네브스키는 그 이유를 <노르딕 노동지 (the Nordic Labour Journal)>를 인용, 두가지로 설명한다. 부부간 전통적인 성 동태성(gender dynamics)과 아빠들이 최소한의 육아휴가만 갖도록 하는 직장에서의 압력이다. 결과적으로 육아휴가 이후 엄마들의 노동인구 재진입율은 아빠들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다.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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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한 스웨덴식 복지, 하지만 평등을 보장하지는 않아

스웨덴 같은 안전하고 안정적이며 풍요로운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순응적이 된다. 정해진 대로만 행동하면 모든 것이 순조롭기 때문이다. 스웨덴에는 이를 지칭하는 “lagom”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것에 있어서 너무 적지도, 너무 지나치지도 않게’라는 뜻이다.

그래서 스웨덴은 가족친화적인 정책으로 유명하지만, 사회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위치에 대한 보다 진보적인 견해를 보장하지는 않고 있다. 또한 보수파의 영향을 받는 현재의 정치 하에서는 국가적 자부심을 가지고 ‘전통적 가족가치’로 돌아가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그네브스키는 이런 상황에서는 한 때 잘 보호되고 있다고 생각되는 권리들이 후퇴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전통적 성역할의 분업이 더는 뿌리내리지 않도록 현재의 육아휴직제도를 바꾸자는 의견도 있다. 그 중 오슬로 대학의 안네 리즈 엘링세테(Anne Lise Ellingsæter) 교수가 주장하는 이중적 육아휴가 모델은 부부가 모두 동일한 양의 육아휴가를 갖되, 자신의 육아휴가를 다른 사람에게 이전해 줄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융통성을 제한하는 것은 최선의 방안을 선택하는 것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그네브스키는 성평등 교육을 제안하기도 한다.

충분히 운좋은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스웨덴 사람들이 복지 시스템에 불만을 표현하기는 쉽지 않으며, 그래서 (성)불평등은 숨겨지고 논의되지 않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보통 사람들로부터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그네브스키에 따르면 @mansbebisar (남자들 아기들)을 비롯한 몇몇 스웨덴어 인스타그램 계정들을 통해 사람들은 스웨덴 가정이 전혀 평등하지 않고, 여성이 가정일과 육아 그리고 가정 운영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으며, 여성이 육아휴가의 대부분을 사용함으로써 재정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다른 어떤 나라보다 우수한 스웨덴의 가족정책은 그럼에도 개선의 여지가 있고, 그래서 진정한 양성평등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지표로서 그 가치가 더 크다는 것이 그네브스키의 평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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