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동료의 임금정보

공개 요구할 수 있는

법안의 실효성 논란

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 임금투명법 시행에도 성별 임금격차 전혀 줄지 않아

2018년 1월 영국 BBC의 중국 편집장이었던 캐리 그레이시는 돌연 사직서를 던졌다. 업무가 비슷한 남성 동료보다 임금이 적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같은 일, 혹은 같은 가치가 있는 일을 하고 남성이 임금을 더 받는다는 것은 차별이고, 불법”이라는 것이 캐리의 사퇴 일성이었다.

캐리 그레이시가“남성과 여성을 동등하게 평가하라”고 외치면서 상기시킨 남녀임금 차별문제는 이후 전세계로 확산된 ‘페이미투(#PayMeToo) 운동의 시작이었다.

그런데 페이미투 운동이 시작되기 전부터 동일 노동에 대해 남녀에게 동일임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법이 시행된 나라가 있었다. 바로 독일이다.

독일에서는 2017년 3월 30일 근로자는 동일노동을 하는 동료의 임금정보를 요구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동일노동을 하는 남녀에게 동일임금이 지불되게 하는 소위 ’임금투명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날 마뉴엘라 슈베지히(Manuela Schwesig) 연방가족부 장관은 “오늘은 좋은 날입니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그렇다면 독일은 이 법으로 공정 임금이 실현됐을까?

독일 자이트 온라인(Zeit Online)은 “오늘은 좋은 날”을 빗대어서 “그날은 효과 없는 날”이라고 법안 시행 2년을 평가했다. 즉, 새로운 법은 성별 임금격차를 전혀 줄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자문회사인 키엔바움(Kienbaum)과 로펌인 플릭 고케 샤움부르크(Flick Gocke Schaumburg)가 수행한 연방정부 과제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근로자의 절반이 이 법을 전혀 알지 못했고, 지금까지 겨우 2%만이 성별이 다른 동료의 임금정보를 회사에 요구했을 뿐이다.

 

○ 여성의 연금액은 남성의 절반수준으로 노년 빈곤 위험 높아

또한 이 보고서는 대다수 회사들이 남녀동료간 임금 격차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남녀임금구조를 검토해야 하는 회사들 중 이를 시행한 경우는 절반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성별 동일임금에 대한 입증책임은 회사가 아닌 여성에게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여성 입장에서는 회사를 고발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임금투명법은 명시된 목적을 거의 달성하지 못했고, 기존의 원칙을 거의 변화시키지 못했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평가이다.

독일에서는 오래 전부터 동일노동이 동일임금을 의미하지 않았다. 연방통계국 자료에 의하면 여성들은 남성 동료보다 평균적으로 6% 낮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여성의 임원진출이 드물고, 여성이 주로 교육이나 노인 간호 같은 업무를 수행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성별 임금격차는 21%까지 벌어진다.

남녀 임금 격차가 더욱 심각해지는 대목은 바로 연금액수이다. 자이트 온라인은 여성 연금액이 평균적으로 남성 연금액의 절반 수준인데, 이는 여성은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거나 (무보수의) 자녀나 친척의 돌봄을 맡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 결과 여성은 노년 빈곤에 처할 위험이 남성보다 훨씬 높다.

이런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해서 남녀 임금구조의 본질을 파악해야 현실적인 정책이 될 수 있는데, 임금투명법은 명확한 목표설정이 부족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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