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 행위 판단 어렵고,

법 규정상 한계도 있어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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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의 갑질문화 근절 기대 크지만, 아직은 갈 길 멀어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보름째다.

시행 첫날인 7월 16일 첫 번째 신고자는 MBC 아나운서들이었다. 계약직으로 입사해서 '부당해고 소송'을 하고 있는 아나운서들이 "회사에서 일을 주지 않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에 신고한 것이다. 

이들은 사측이 *정당한 이유 없이 훈련·승진·보상·일상적인 대우에서 차별 *일을 거의 주지 않는 상황 *사내 인트라넷 접속 차단 *집단 따돌림 등으로 자신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3년 9월 당시 민주통합당 한정애 의원이 법안을 발의한 지 6년 만에 시행되면서 직장의 갑질문화가 근절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동안 근로자들은 폭력, 부당노동행위, 성희롱 등에 대해서는 형법, 노동조합법, 남녀고용평등법으로 대응할 수 있었지만, 직장 내에서 자행되는 괴롭힘에는 관련법이 없어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는 근로기준법 제76조 2에 포괄적으로 명시돼 있다.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다. 

이에 따르면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행위가 되려면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할 것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을 것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일 것 등의 세 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 

논란이 많은 부분은 ‘업무상 적정범위’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에 직장내 괴롭힘의 정의, 범위, 예시 등을 명시한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다는 것은 업무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필요성은 인정되더라도 그 행동이 사회통념상 문제가 있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괴롭힘의 범위, 법 조항 놓고 혼선 빚어져

예를 들어 업무가 밀려서 상사가 수차례 강하게 업무 압박을 하는 경우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까?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면 정당한 업무지시가 되지만, 설사 업무상 필요하더라도 그 정도에 있어서 평범한 제3자가 봐도 '너무하다'는 판단이 들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다.

고용노동부의 매뉴얼에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의 예시를 열거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정당한 이유 없이 행해지는 능력이나 성과에 대한 조롱, 차별, 의사결정 배제, 부서이동이나 퇴사 강요 *특정 근로자에 대한 힘든 업무 부여, 감시, 모욕적인 언행 *허드렛일만 시키거나 일을 주지 않거나 개인적인 일을 하도록 지시 *뒷담화나 소문을 퍼뜨림 *신체적인 위협이나 폭력, 욕설이나 위협적인 말 *의사와 상관없는 음주, 흡연, 회식 참여 강요 *집단 따돌림 *업무에 필요한 주요 비품을 주지 않거나 인터넷‧사내 네트워크 접속 차단 등이 괴롭힘 행위로 적시되어 있다.

이런 행위의 내용 뿐 아니라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피해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또는 계속적인 것인지 등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판단기준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괴롭힘 행위 해당 여부를 가리는 것이 까다롭다는 것이다. 

아직 법 시행 초기이기 때문에 사례도 다양하지 않고 그래서 괴롭힘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놓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데, 이는 근로자는 물론 사업자도 마찬가지다.

 

○ 가해자 처벌 조항 추가한 개정안 발의된 상태

또한 법 규정을 놓고도 실효성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직장 내 괴롭힘은 사업주에게 신고하도록 돼있는 규정상 가해자가 사업주인 경우 가해자에게 가해자를 신고하는 모순이 생긴다. 또한 현행법에는 가해자 처벌조항이 없다. 

이 법을 발의한 한정애 의원은 지난 2월 추가로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한 피해자가 입증책임을 진다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프랑스의 경우 노동자가 괴롭힘을 신고하면 사용자는 그 주장이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입증하지 못할 경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돼 사용자 처벌이 가능하다. 물론 가해자도 처벌을 받는다.

사용자측도 할 말은 있다. 이 법이 기업에 대한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당한 업무 지시, 혹은 근로자 본인의 업무 태만이나 개인적인 감정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돌리는 경우에 대한 우려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실효성을 갖춘 법 조항의 필요성, 또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제시 등이 요구된다. 오랜 담금질 끝에 시행된 이 법이 근로자의 권익이 보호되고, 건강한 직장 문화 정착을 통해 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속한 정착을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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