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진의 화려한 싱글은 없다

계약금 3000만 원, 성사 시 1억…주선 포기한 사연은?

특별한 상담이 있었다.

지금은 특별하지만, 20년 후에는 다수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의 단초라는 의미가 있어 소개한다.


그는 1948년생 싱글이다. 결혼을 한번도 하지 않은 오리지널 싱글이다. 몇 개월 전 내 칼럼을 보았다면서 e-메일을 보내왔다. 전문직에 종사하다가 은퇴했고, 지금은 50평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다고 했다.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근검절약하면서 열심히 일했습니다. 재산은 현금 15억원을 합쳐 30억원 정도이니 나름대로 자수성가했다고 할 수 있고요. 미국 유학생활, 전문직이 되느라 결혼할 때를 놓쳤고, 그 후로도 이성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이제라도 배우자를 만나 여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그 며칠 후 광화문에서 그를 만났다. 나이보다 10년은 젊어보이고, 지성적인 이미지의 신사였다. 그는 자신의 경력을 증명해줄 자료들을 테이블 위에 쭉 펼쳐놓았다. 우리나라 대통령, 외국 대통령, 명사들과 찍은 사진들, 박사학위 증명서 등 상당한 것들이었다.

간단한 기본 인터뷰가 진행됐다.
 
“한달 수입은 얼마나 되나요?”
“연금 합쳐서 500만~600만원.”  
“생활비는요?”  
“한달에 200만~300만원 정도.” 
“특별히 원하는 이성상이 있나요?”

이 대목에서 그는 헛기침을 하더니 말을 꺼냈다.
 
“이 만남은 전제가 있습니다. 2세를 출산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30대 중반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순간 아찔해졌다.
 
“그럼 선생님보다 30년 이상은 차이가 나는데요?” 
“출산을 해야 하니까요.”

게다가 이어지는 말에 말문이 막혔다.
 
“내가 결혼을 안 했으니까 상대도 결혼을 안 한 사람이었으면 해요.”

정신을 차리고 생각을 정리했다. 
 
“선생님, 3가지 경우를 얘기하겠습니다. 15세 연하, 비슷한 학벌, 대화가 통하는 여성과 결혼할 확률은 80%, 20세 연하,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초혼재혼 따지지 않는다면 결혼확률 15~20%,  30세 이상 차이가 나면 결혼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그러면서 사람은 누구나 짝이 있다, 그 확률이 얼마나 되느냐의 차이인데, 이번 경우는 0.1%의 확률이라고 덧붙였다.
   
 “나는 0.1% 확률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어렵겠지만, 노력해주세요.”

그의 의지는 확고했다.언젠가 30세 차이의 커플을 맺어준 적이 있다. 이번에는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결혼만큼 이기적인 게 없다. 내 입장만 생각할뿐 내가 상대에게 어떻게 보여질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분 역시도 본인 입장이 우선인 것이다.

“여성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나요?” 
“내 재산이 결국 그분 재산이 되지 않겠어요? 물론 풍족한 생활도 보장하고요.” 
“그럼 저한테는 인센티브가 뭔가요?” 
“성사되면 1억원 드리겠습니다. 시작할 때 3000만원, 나머지는 성사 후에.”

내 결심이 관건이었다. 0.1%의 확률이라면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직업상 도전의식이 생겼다. 주선해보겠다고 답을 보내자 약속한대로 계약금 3000만 원이 입급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그분에게서 문자가 왔다.
 
“저와 동향 사람이면 좋겠네요.”

0.1%의 확률이 더 낮아지는 순간이었다. 
 
“고려해보겠습니다.”

또 다른 문자가 왔다.
 
“학벌은 대졸 이상이어야 합니다.”

아, 여기서 멈춰야 했다.
   
 “죄송하지만 이 의뢰는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만남이 불가능합니다. 3000만원은 돌려드리겠습니다.”

그분의 의뢰는 그렇게 마무리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욕심 때문이라고 만은 말할 수 없다. 열심히 살아온 자신의 삶에 자부심이 있었고, 그래서 좋은 상대를 만나고 싶어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남녀의 만남은 이런 자신의 생각과 욕심을 서로 타협하고 절충하면서 가능해진다.
 
싱글이 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건 개인의 삶으로 넘겨버리기에 사회현상이 되고 있다. 나중에는 더욱 일반화될 것이 분명하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 20년, 30년 앞을 내다보는 관점에서 싱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외로운 노년도 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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