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장애인의 임신과 출산...대한민국에서 엄마가 된다는 것

2024-04-22     추영 기자

여성 장애인은 장애와 여성이라는 이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장애인공단)‘20214/4분기 장애인 구인 구직 및 취업 동향에 따르면 구직자 대비 취업자 비율은 남성은 65.1%, 여성은 34.9%로 여성 장애인의 취업 비율은 남성의 53.6%에 불과했다.

고용·노동시장에서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취업률이나 임금 등의 처우가 열악한데, 여성 장애인은 남성 장애인과의 차별까지 겪고 있는 것이다.

2022년 장애인 임금근로자 비정규직 비율을 보면 전체 여성 장애인 임금근로자 198410명 중 정규직과 비정규직 비율이 정규직 20.3%, 비정규직 79.7%, 남성 장애인 임금근로자 비정규직 비율 58.4%에 비해서 비정규직 비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만큼 여성 장애인의 나쁜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

여성 장애인의 임신이나 출산에 대한 제도적 보호가 부족한 상황에서 질병, 빈곤, 해고 등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구직과 경제활동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분석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최종윤 의원이 지난 2022년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여성 장애인의 출산은 2020781명에서 2021828명으로 6% 증가했다.

30대가 절반을 차지했고, 장애 유형은 지체장애, 지적자폐, 시각장애, 청각장애 순이었다.

최종윤 의원은 여성 장애인 출산 비용 지원율은 201973.8%였는데, 2021년에는 70%로 오히려 하락했다여성 장애인이 출산 전후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연계해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여성 장애인 출산비용을 10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12년 만에 인상했다. 서울 강북구는 배우자가 남성 장애인인 경우도 지원한다.

지난 3월 이대목동병원에 개소한 장애친화 산부인과(사진-서울시 제공)

한국여성장애인연합에 따르면 여성 장애인 중 13.7%가 유산 경험이 있었는데, 이 중 43.7%가 자연유산, 18.9%가 본인의 장애 때문이라고 답했다. 장애 여성 산모의 산부인과 접근성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3년부터 지자체 자체 사업으로 장애친화 산부인과가 13개소 지정됐으나 체계적 기준 및 지원, 전국 확산을 위해 2021년부터 복지부 주도로 전환됐다.

 

복지부는 10개소의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지정했고, 202211월 개소한 전주 예수병원을 시작으로 일산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울산대학교병원, 건국대학교충주병원, 부산백병원, 구미차병원, 전남대학교병원, 이대목동병원 등 9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올해 안에 서울성애병원이 문을 연다.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 경기, 전남, 전북, 충북, 부산, 대구, 경북, 울산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는 장애친화 산부인과가 없는 실정이다.

 

일반 여성들도 공감하는 육아의 어려움은 여성 장애인에게는 몇 배 더 힘든 현실로 다가온다.

서울시가 2003년부터 실시해온 여성 장애인 홈헬퍼 지원사업은 여성 장애인에게 임신·출산·육아양육과 관련한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여성 장애인의 자녀양육과 가사활동의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제도이다.

임신(출산 2개월 전) 또는 9세 미만 자녀를 둔 서울시 거주 여성 장애인이 대상이며, 기준 중위소득 120% 이하 가정에 해당된다.

가정에 파견된 홈헬퍼들은 산전지원 및 산후조리, 병원 방문 등 외출 지원, 정서지원, 자녀 놀이, 아동 학습지도 및 독서, 자녀 양육 가사활동 등을 돕는다.

(왼)여성장애인 홈헬퍼 지원사업 한 달 이용 시간(오)홈헬퍼 지원사업 관련 서울시 요구사항.ⓒ서울시복지재단

인터넷 장애인 신문 에이블 뉴스에 따르면 서울시 복지재단이 2020년에 발표한 여성 장애인 홈헬퍼 지원사업 이용자 조사결과는 임신·출산·양육에 따른 여성 장애인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이 조사에는 홈헬퍼 서비스 이용 장애인 129명이 참여했으며, 평균 연령은 만 38, 장애유형별로는 지적장애(30.2%), 지체장애(18.6%), 청각장애(17.8%), 시각장애(16.3%), 뇌병변장애(11.6%), 정신장애(4.7%) 순이었다.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기존 장애등급 1~3)가 약 85%였고, 평균 연령은 만 38세였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5%가 자녀 양육 시 대부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고, 주로 도와주는 사람은 홈헬퍼, 배우자, 부모님, 활동지원사 순이었다. 특히 모든 장애유형에서 홈헬퍼를 통한 자녀양육 도움이 40% 이상으로 나타나 자녀 양육에 있어서 홈헬퍼의 역할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장애인이 임신·출산과정과 만 5세 이하 자녀 양육시에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응급상황 발생시 대처 어려움이었다. 또한 자녀 양육시 요구사항은 유아기와 초등생 모두 학습도우미 지원이 가장 많았다.

장애인 엄마의 어려움과 요구사항이 반영된 제도와 서비스 확대가 필요하다.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취약 계층으로 분류될 수가 있다. 특히 한 순간의 사고에 따라 장애인이 되기도 한다. 개인화 경향 속에 포용성이 중요한 상황에서 여성, 장애, 그리고 임신과 출산, 육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 여성들이 우리 옆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