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결혼문화
이 시리즈에서는 전세계의 다양한 결혼 문화와 그 안에 담겨진 의미를 되새겨 우리 현 사회의 결혼에 대해서 다시 묻고자 한다.
● 누구에게나 ‘평등’한 뉴질랜드
남반구 오세아니아에 있는 섬나라 뉴질랜드는 원주민인 마오리족 로컬 문화와 고유의 문화가 결합하여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독특한 나라이다.
전체 인구의 68%는 유럽인, 14%는 마오리족, 남태평양인이 6.9%로 구성된 다문화 국가답게 서로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인식과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있다.
인구의 대부분은 유럽인이지만, 뉴질랜드는 차별 없는 교육 뿐 아니라 사회 각 방면에 걸쳐 마오리족의 진출도 활발하다. 또한 남녀 임금 격차가 낮고 양성평등 지표가 높은 인권 복지 국가로도 손꼽히고 있다.
●장소도, 하객도 자유! 하지만 주례는...
모든 이에게 부여되는 평등과 기회는 결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뉴질랜드에서는 혼인관계에 준하는 연인관계를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법적으로 결혼한 관계(Marriage), 결혼에 준하는 시민 결합(Civil Union), 그리고 3-4년 이상 같이 살고 있는 커플을 말하는 디 펙토(de facto)다.
다양한 관계만큼 각자의 문화와 개성을 존중하는 뉴질랜드인에서 결혼식 역시 정해진 틀이 없는 편이다.
뉴질랜드에서 결혼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레지스트리 사무실이나 지정된 장소에서 간단하게 절차를 밟는 것이다. 두 번째는 법적 대리인을 통해서 외부에서 결혼하는 것이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서 결혼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주례자’다.
우리나라는 존경하는 지인에게 주례를 맡기는 반면, 뉴질랜드에서는 무조건 나라에서 인증서를 발행한 전문가가 주례를 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결혼은 무효가 된다. 또한 결혼식에서 증인을 서 줄 2명의 증인이 꼭 필요하다.
신랑과 신부 그리고 2명의 증인의 서명이 명시된 혼인신고서를 법적 등록이 되어 있는 주례자에게 전달한 뒤 마지막으로 정부에 제출이 완료돼야 결혼식의 법적 절차가 마무리된다.
●모든 신랑신부는 법 앞에 '평등'하다!
평등과 인권 그리고 개성을 중요시하는 뉴질랜드에서 왜 이런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일까?
뉴질랜드의 결혼은 '형식'이 아닌 국가의 공인 아래 이뤄지는 '법으로 허락한 결혼'다. 뉴질랜드의 독특한 주례 문화는 당신이 그 누구든, 국가의 대리인인 주례자를 통해 결혼을 주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뉴질랜드의 결혼은 어디서나,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주례 없이는 인정받지 못하는, 아무나 하지 못하는 결혼이다.
지난 2013년 4월 뉴질랜드에서는 동성결혼이 합법화됐다.
동성 결혼은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는 이슈이기에 옳고 그름을 따질 수는 없지만, 중요한 점은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마저 국가에서 법으로 허용한다는 것이다. 뉴질랜드에서 이 법안은 '평등 결혼'이라고도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