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보호제도“몰라서 못쓰고, 알아도 못쓰고”
모성보호제도“몰라서 못쓰고, 알아도 못쓰고”
  • 추영 기자
  • 승인 2019.05.22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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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기업 중 출산휴가 9.6%, 육아휴직 3.9%만 활용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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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규모 작을수록 활용도 인지도 떨어져

국가는 여성근로자에게 출산 전후 기간 90일간의 휴가인 '출산휴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1년간 휴직이 가능한 '육아휴직', 배우자 출산 시 남성 근로자가 5일 범위에서 3일 이상 휴가를 부여하는 '배우자 출산휴가' 등을 법으로규정하고 있다.

 

○ 출산ㆍ육아휴직제도, 즉 모성보호제도이다.

법이 제대로 적용되어 모성보호제도를 충분히 활용한다면 부모가 되는 과정에 잘 적응하고, 출산과 육아 공백을 줄일 수 있어 여성 근로자는 물론 가족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컸다. 실제 사업장에서 출산 휴가와 육아휴직 활용하는 곳이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국내 5인 이상 사업장 5000곳을 표본 추출해서 조사한 「2017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 결과이다.

여성 근로자에게 출산 전후 90일간 휴가를 부여하는 출산휴가에 대해 전국 사업체의 86.6%가 제도를 인지했으나 활용도는 9.6%에 불과했다.

출산 휴가 활용도는 300인 이상 사업체가 70.1%인데 비해 100-300인 사업체는 36.3%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30-100인 미만 사업체는 20.6%, 10-30인 미만 사업체는 11.3%, 5-10인 미만 사업체는 5.9%로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활용도도 떨어졌다.

300인 이상 사업체와 10인 미만 사업체의 출산휴가 활용도는 무려 12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육아휴직의 경우는 더 심각했다. 전국 사업체의 57.1%가 인지하고 있으나 활용도는 3.9%에 불과했다. 기업별 활용도 편차는 출산휴가보다 더욱 컸다.

300인 이상 사업체는 32.2%의 육아휴직 활용도를 보인 반면, 100-300인 미만, 30-100인 미만, 10-30인 미만, 5-10인 미만 사업체는 각각 25.9%, 11.9%, 4.6%, 1.3%의 활용도를 보였다. 300인 이상 사업체와 10인 미만 사업체의 육아휴직 활용도 차이는 약 25배나 됐다.

육아휴직은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부모가 각각 최장 1년씩 휴직할 수 있는 제도로, 모성 보호와 일·가정 양립이 목적이다.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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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입장에서는 근로자의 육아휴직 사용 부담돼

이번 실태 결과는 정부의 출산장려정책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모성보호제도는 근로자에게 필요한 제도임에는 분명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근로자의 필요를 수용하는 데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구인구직 매칠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971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육아휴직 사용 현황’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기업은 근로자의 육아휴직 사용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여성 직원이 있다고 답한 기업은 48.9%였다. 전체 기업 10곳 중 7곳(68.3%)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기존 직원들의 업무가 과중 돼서’가 50.4%(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이어 ‘대체인력 채용에 시간과 비용이 들어서(48.3%)’, ‘현재 업무에 차질이 발생해서(43%)’, ‘복직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서(24.6%)’, ‘대체인력의 숙련도가 낮아서(20.2%)’ 등의 순이었다.

육아휴직 사용이 부담스러운 건 근로자도 마찬가지다. 법에 보장되어 있는 것과는 별개로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사업체의 상황과 기업 문화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첫째 아이가 입학하면서 2년간 육아휴직을 쓰고 곧 복직을 앞둔 상황에서 갑자기 회사에서 지금껏 근무하던 지점이 아닌 본사 발령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대한민국에서 엄마로 살아가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었는지 정부와 기업에 묻고 싶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렇게 특히 여성 근로자들이 육아휴직 과정에서 승진에 불이익을 받거나 부당한 인사발령, 따돌림을 당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지난 4월 14일 국가인권위원회의 ‘임신, 출산, 육아휴직 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100인 이하 사업장에 근무하는 임신·출산 경험이 있는 만30∼44세 근로자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 실시한 조사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한 근로자는 19.9%(159명)에 그쳤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근로자의 73.6%(117명)는 배치 및 승진과 보상·평가 등에서 차별을 받았다고 답했는데, ‘동일 능력·실적에서 성과급 차별’(30.8%)이 가장 많았고 ‘인사고과 불이익’(29.1%), ‘월급 또는 연봉 차별’(17.2%) 순이었다. 심지어 인격적 모욕이나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도 6.8%였다.

ⓒ웨딩TV - 저출산 문제를 고민하는 방송 ,건강한 결혼문화를 선도하는 언론 (자료 : 국가인권위원회)
ⓒ웨딩TV - 저출산 문제를 고민하는 방송 ,건강한 결혼문화를 선도하는 언론 (자료 : 국가인권위원회)

 

○ 근로자와 기업 입장 고려한 현실성을 모색해야

법에서는 육아휴직관련 벌칙조항을 두고 사업주의 위법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2007년에 개정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37조에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한 사업주에게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육아휴직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은 근로자는 고용노동청을 통해 구제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근로자 입장에서 다니던 직장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기란 쉽지 않다. 휴직 후 복직을 원한다면 더욱 그렇다.

전문가들은 조직 문화와 구성원들의 인식개선과 함께 제도의 현실성을 점검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3월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은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을 현행 5일에서 10일로 확대, 출산휴가 사용 근로자에게 통상임금에 상당하는 금액 지급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민간 기업에 부담을 주면서 배우자 출산휴가까지 늘려야 하느냐”는 이유에서다.

현재 고용보험기금에서 유급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급여를 충당하고 있는데, 기금의 재원이 사용자와 근로자가 내는 고용보험료이기 때문에 결국 유급 출산휴가를 늘리고 육아휴직 급여를 높이면 기업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는 구조다.

 

웨딩TV(http://wedd.tv/)는 저출산 문제를 고민하는 방송 ,건강한 결혼문화를 선도하는 언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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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용보험기금으로 지출하는 실업급여 지급액이 지난 3월 사상 최대치(6397억 원)를 기록한 만큼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비용까지 늘어나면 기금 안정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법 개정 이상으로 제도들이 현장에서 자리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근로자와 기업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여 현실성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사용 비율에 따라 기업에 세액 감면 등과 같은 확실한 인센티브를 보장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모성 보호 관련 지원은 본질이 고용 불안과는 관련이 없으므로 고용보험기금이 아닌 다른 재원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도 귀담아 들을만하다.

【서울-웨딩TV】 추영 정책 담당기자 crystalware0615@wedd.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