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부터

‘직장내 괴롭힘’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

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 갑질 상사 신고할 수 있게 돼

상사가 퇴근 시간이 임박해서 업무 지시를 하는 경우 직원은 억울하고 괴로워도 할 수 없이 지시를 따라야 했다. 또한 회식 자리에서 못 먹는 술을 억지로 마시게 하는 직장 선배에 대해서도 공식적인 항의를 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는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내용은 근로기준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아 피해자들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는 7월 16일부터는 직원이 상사의 이런 부당한 지시를 ‘직장내 괴롭힘’으로 신고하면 상사는 처벌을 받게 된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이 개정안은 ‘양진호 방지법’, ‘갑질 금지법 등 여러 명칭으로 불리면서 수많은 근로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 내 지위나 관계 등에서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직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됐다. 또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받은 회사는 반드시 조사를 해야 하고,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주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  직장인 10명 중 7명 “직장 내 괴롭힘 경험한 적 있어”

국가인권위원회가 2017년 발간한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를 보면 직장인 10명 중 7명이 ‘최근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최근 1년 이내에 직장에서 다른 직원이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목격하거나 전해 들은 경험도 전체 응답자의 27.6%에 달했다.

또한 직장내 괴롭힘 가해자로 임원 또는 경영진을 포함한 상급자가 77.6%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11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찬열(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직장 내 괴롭힘 피해율은 업종별 3.6~27.5%로 유럽연합(EU) 극가 27개국의 0.6~9.5%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서 법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규정했다.

1993년 스웨덴은 세계 최초로 직장 내 괴롭힘을 규율하기 위해 조례(AFS, Victimization at Work Ordinance)를 만들었다. 폴란드는 노동법에서 ‘근로자에게 직업 적합성을 다시 생각하게 하며 굴욕감과 곤란함, 고립과 격리 등을 유발하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 핀란드도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신적인 폭력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독일, 프랑스, 영국, 캐나다 등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괴롭힘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엄중하게 적용하고 있다.

ⓒ웨딩TV - 저출산 문제를 고민하는 방송 ,건강한 결혼문화를 선도하는 언론  (자료 : 국가인권위원회 )
ⓒ웨딩TV - 저출산 문제를 고민하는 방송 ,건강한 결혼문화를 선도하는 언론 (자료 : 국가인권위원회 )

 

● 판단기준 모호, 입증 어려움 등 논란의 소지 있어

한국과 법 체계가 비슷한 일본의 경우 지난 5월 직장 내 괴롭힘이나 부당한 지시 등을 방지하는 이른바 ‘갑질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법률은 직장 내 갑질 방지를 위한 회사 내에 상담시스템 의무화, 성희롱이나 갑질 피해를 상담한 직원에 대해 해고 등 부당한 처분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임신이나 출산을 이유로 여성이 직장 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기업에 임신·출산 여성에 대한 이해를 높일 것을 요구한 내용이 돋보인다.

참고로 일본은 2018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성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149개국 중 110위에 그쳤다. 우리나라는 일본보다도 낮은 115위였다.

최근 중의원후생노동위원회에서 출석한 내모토(根本) 후생노동상은 ‘여성에게 하이힐을 신게 하는 직장 내 복장 규정을 금지해달라’는 청원서가 후생노동성에 전달된 것에 대해 업무상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는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렇게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활발한 일본에 비해 우리는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이다. 출발은 늦었더라도 오랜 담금질 끝에 개정된 법률이 효과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보호장치가 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되기도 전에 그 실효성에 대해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업무상 적정범위에 대한 판단기준이 모호하며, 괴롭힘 행위에 대한 입증도 쉽지 않다. 또한 신고 접수와 조사 권한이 업주에 있기 때문에 가해자가 업주인 경우는 법을 피해갈 여지도 충분히 있다.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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