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는 많은 엄마 근로자들의 위기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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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엄마들이 집에서 느슨해진다고 예상해

영국은 기하급수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늘고 있는데, 찰스 황태자에 이어 보리스 존슨 총리마저 세계 주요국 정상 중 처음으로 확진 판정을 받는 등 비상 상황이다.

이에 영국 정부는 지난달 23일 3주간의 자가격리 조치를 발표했다.

“이번 주부터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우려로 정부에서 공지가 내려왔다고 한다...”

영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한국 블로거가 작성한 글이다.

코로나19 확산 속에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로 전환 중인데, 이 과정에서 성차별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부모들에게 법률상담 및 법률지원을 하는 단체들은 기업들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둔 가정에서 아빠들에게는 재택근무를 권유하지만, 엄마들에게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지침에는 임산부는 취약한 집단으로 분류돼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에서 회사로부터 정리해고 당하거나 출근과 해고 중에 선택하라는 통고를 받은 임산부 근로자들의 법률상담 전화가 급증하고 있다.

영국의 자선단체 ‘워킹 패밀리(Working Families)’의 줄리아 왈탐(Julia Waltham) 팀장은 “기업들은 엄마들이 집에서 (근로강도가) 느슨해진다고 예상하고 있어서 많은 엄마들이 일자리 유지에 취약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안나(가명)씨는 코로나 위기 이후 임금이 삭감됐고, 근로시간이 줄었다고 하면서 “내가 집에서 두 아이의 양육과 업무를 동시에 해나갈 수 없다면서 근로시간을 줄이라는 권유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일과 양육을 헤쳐나가라고 요구받는 것은 여성이다. 남성들은 육아를 해도 그런 요구를 받지 않는다”라고 토로했다.

워킹 패밀리는 리쉬 수낙(Rishi Sunak) 재무부 장관에게 고용주들이 성차별적 상황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고용주들에게 상기시켜줄 것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냈다.

이 편지는 고용주들이 탄력적인 기업운영을 해야 하며, 의례히 일시해고 되는 근로자들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요구하면서 “고용주들이 한 가정에서 부모 중 한명을 일시 해고시킨다면 그 사람은 엄마들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수낙 재무장관은 일시 해고된 근로자들에 대해서 정부가 월급의 최고 80%를 보장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Pregnant Then Screw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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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 대응은 성평등 수준을 몇 년씩 후퇴시켜

캠페인 단체 '임신 후 엉망이 됐어요'(Pregnant Then Screwed)의 설립자인 조엘리 브리얼리(Joeli Brearley)씨는 지난 3월 20일 영국의 학교들이 문을 닫은 이후 수많은 임산부들과 엄마들이 양육과 일을 서로 저울질하면서 상담과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리얼리씨는 “어떤 절차도 없이 해고당하거나 직장 출근을 강요당하는 임산부들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임산부인 사라(가명)씨는 콜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녀는 회사로부터 재택근무를 할 수 없으며, 만약 정부 지침대로 12주간 자가 격리되는 경우에는 임금을 보장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자가격리를 위해 병가급여(sick pay)를 받는 임산부들은 법정산휴수당(statutory maternity pay, 임신15주까지의 마지막 2달 동안 받은 급여를 기반으로 산출됨)의 대상도 아니다.

자동차보험회사에서 일하는 클레어(Claire)씨는 동료들 대부분은 재택근무를 하지만, 자신은 임신 22주임에도 회사가 재택근무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가족들은 집에 있으라고 한다. 나와 아기를 위험한 상황에 두지 말라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라고 털어놓았다.

<Pregnant Then Screwed>의 브리얼리씨는 많은 저소득 여성들이 법정병가급여(statutory sick pay) 자격에 미달된다고 말했다.

노동조합총협의회(Trades Union Congress)의 조사에 따르면 법정병가급여의 기준인 주당 118파운드(한화로 약 18만원) 미만을 버는 여성들은 140만명이며, 법정병가급여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의 70%가 여성이라고 한다.

회계와 경영컨설팅을 주로 하는 다국적 기업 KPMG의 조사로는 남성 16%가 생계비 미만의 소득을 버는 반면, 여성의 비율이 26%이다. 또한 여론조사 기관인 Survation에 따르면, 소득이 생계비 미만인 여성들 중 1/3은 저축이 없고, 저축이 있어도 61%는 1달 또는 그 미만을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브리얼리씨는 “많은 여성들, 특히 싱글맘들은 갑자기 소득이 없어져 집세나 아이들을 위한 식료품 살 돈이 없다고 말한다. 끔찍한 상황이다. 정부로부터 명확한 조언도 받지 못하면서고 이런 상황에 처한 여성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여성인권그룹은 코로나 위기에 대한 현재의 대응은 성평등 수준을 몇 년씩 후퇴시킬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정책 결정에 여성을 고려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 3월 말에 50개 이상의 단체가 여성이 처한 상황을 고려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서에 서명했고, 여성 단체들은 지금의 위기가 여성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자료를 수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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