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지물 풀세트 폐물 “차라리 그 돈을 집값에 보탰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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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결혼한 A씨는 결혼 폐물만 보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시어머니는 A씨에게 다이아몬드를 비롯해서 루비, 에메랄드 등 3가지 보석으로 반지, 팔찌, 귀걸이, 목걸이 풀세트를 예물로 보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 대한 순수한 마음으로 예물을 해줬다면 아깝다는 생각까지는 안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폐물에 상응하는 예단을 요구했고, 시아버지 7남매, 시어머니 5남매, 신랑 직계 형제 선물과 남편에게는 3캐럿 다이아몬드 반지, 롤렉스 시계를 해줬다.

A씨는 시어머니에게 자신은 보석을 안 좋아하니까 결혼반지만 맞추면 좋겠다는 생각을 전했지만, 시어머니는 “도둑 결혼식도 아니고, 할 건 다 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남편 반지와 시계 값만도 2천만원이나 되는데, 정작 남편은 불편하다면서 5만원짜리 스포츠 시계를 차고 다닌다. 결국 A씨 부부에게 5천만원 가까운 결혼 폐물은 말 그대로 못쓰는 폐물이 되고 말았다.

A씨는 폐물 값을 신혼집을 마련하는 데 보태거나 투자를 했더라면 설령 집값이 떨어지거나 투자 손실을 봤더라도 이렇게 속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6년에 발표한 연구보고서 ‘작은 결혼식 수요조사’에 따르면 한국 결혼문화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도가 100점 만점에 75.8점으로 집계되었다.

한국소비자원 ‘결혼문화 인식’ 조사, 2017
한국소비자원 ‘결혼문화 인식’ 조사, 2017

젊은 세대가 지적한 우리 결혼문화의 문제점으로는 과다한 예물ㆍ예단ㆍ혼수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한 결혼식이 가장 많았다. (한국소비자원, 2017) 

예물, 예단 등은 결혼 전에도 갈등거리가 되고, 결혼하고 나서도 후회거리가 된다.

2019년 사업연감에 따르면 2018년 전국 법원에 접수됐던 이혼 사건 중 혼인기간이 0~4년 된 신혼부부 이혼은 황혼이혼(33.3%)에 이어 2번째로 많았다.

법률상담소 상담 게시판을 보면 이혼 시 예단과 예물, 혼수 반환, 결혼비용 반환 등을 문의하는 신혼부부들이 많다. 한국 결혼문화에서 예단・예물과 혼수 비용이 크기 때문에 이혼시 반환이나 분할 대상이 되는 것이다.

한 웨딩컨설팅업체가 2018년 기준으로 최근 2년 이내 결혼한 신혼부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평균 결혼비용은 2억 3천여만원이었다.

또한 신혼집 마련을 제외하고 가장 비용이 많이 든 항목은 예단과 예물 비용이었는데, 예물 1429만원, 예단 1457만원으로 이 둘을 합치면 2886만원이나 된다.

결혼이 ‘인륜지대사’가 아니라 ‘현금지대사’가 되다 보니 가뜩이나 경제사정이 팍팍한 젊은 세대에게 결혼은 더 멀게 느껴진다. 예의와 체면상 주고 받는 예물과 예단만 줄여도 결혼비용은 많이 줄어든다.

코로나19로 합리적인 결혼식을 올리는 커플들이 늘고 있다. 평생 몇 번 쓸까 말까한 예물・예단 비용을 결혼자금으로 비축해 둔다면 예기치 않은 상황이 닥쳤을 때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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