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담양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1학년 학생들에게 콘돔 끼우기 연습을 한다며 바나나를 준비물로 가져오라고 했다가 학부모들의 거센 항의로 결국 수업이 취소됐다.

6일 전남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해당 교사는 콘돔 사용법을 모르는 학생들이 많아 실습이 필요하며, 학생들이 오히려 이런 교육을 더 원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충분한 기본 교육 없이 콘돔 실습부터 하는 것은 자칫 성적 호기심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해 전국 중학교 1~3학년에 재학 중인 청소년 총 4065(여학생 1954, 남학생 2111)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 성교육 수요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학생 10명 중 3명 이상(34.1%)은 학교 성교육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학교 성교육이 도움이 되지 않은 이유(중복 응답)로는 일방적으로 강의만 해서’(34.7%), ‘필요한 정보를 주지 않아서’(34.4%),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어서’(34.3%)라는 응답이 많았다.

또한 응답자의 51.1%는 학교 성교육 외에 인터넷, 친구, 외부 성교육 등에서 성지식과 정보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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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에 태어난 청소년들은 유튜브, SNS 등 온라인 공간을 통해 성()을 접할 기회가 많기 때문에 왜곡된 성인식을 갖게 될 위험성이 있다.

가정에서는 여전히 성교육을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고, 학교의 성교육은 유명무실하다. 성적 호기심이 폭발하는 10대 시기에 제대로 된 성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1897년 세계 최초로 학교 성교육을 시작한 스웨덴을 비롯해 핀란드, 독일, 미국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을 가르친다.

우리나라는 남녀 생식기 구조, 임신 출산에 대한 생물학적 설명에 그치는 데 비해 해외에서는 임신과 출산 뿐 아니라 자위, 콘돔의 중요성, 성병 등을 알려주고, 고학년이 되면 실제 피임기술도 가르친다.

미국 버몬트 주 출신의 방송인 타일러 러쉬씨는 한 인터뷰에서 성교육 시간에 콘돔을 바나나에 씌우는 연습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기술적인 성지식만 가르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동시에 성에 대한 올바른 윤리교육을 병행하고, 성을 동등한 관계에서 서로 배려하고, 책임있는 행동으로 인식시키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특히 ‘n번방 사건에서 가장 어린 가해자의 나이가 만 12세이며, 가해자 중에 10대 남성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우리에게 큰 숙제를 안겨줬다. 성범죄는 성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잘못된 성관념으로 인해 저질러진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잘못된 성관념은 이미 청소년들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성교육은 바나나에 콘돔을 키우는 식의 성지식이 아니다.

유네스코(UNESCO)2018년 유엔·유니세프·세계보건기구(WHO) 등과 함께 포괄적 성교육’(Comprehensive Sexuality Education)을 제안했다. 이는 인권과 성평등, 반폭력, 민주 시민성에 기반하는 성평등 교육을 말한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은 상호 존중과 비차별, 평등, 공감, 책임 등의 가치를 배우게 되고, 건강하고 긍정적인 성에 대한 인식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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