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소설가 8인의 고딕 스릴러 사라지는 건 여자들뿐이거든요

*출처-알라딘
*출처-알라딘

주세요. 넌 살아잖아.”

“2016, 나는 아직도 내가 대한민국에서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죽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우연히 살아남았다. 나의 이야기가 될 일이었다.”

2016년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던 30대 남성이 생면부지의 2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강남역 살인사건 발생 후 인근 강남역 10번 출구 외벽에 피해여성을 추모하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붙였던 포스트잇의 내용 일부다.

그 후 4, 여성들은 여전히 일상에서 불안함을 느끼고 있고,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준 n번방 사건도 피해자 대부분이 여성들이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9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이하 통계 여성의 삶)에는 범죄발생에 대한 여성들의 불안한 심리가 잘 나타나있다.

20년 전과 비교해서 국가 안보 건축물 및 시설물 교통사고 먹거리 등 다른 분야의 불안은 큰 폭으로 하락한 반면, 범죄 발생에 대해서는 오히려 불안을 느끼는 비율은 199751.5%%에서 57%5.5%p 상승했다.

괜한 불안감이 아니었다. ‘통계 여성의 삶에 따르면 성폭력의 여성 피해자는 200712,718명에서 201729,272명으로 10년 간 130%나 증가했다. 2017년 형법범 주요 범죄 중 성폭력 피해자는 유독 여성이 많았는데, 무려 남성의 약 16배나 됐다.

이토록 위험한 세상을 하루하루 살아가는 여성들, 그 삶에 내재된 불안을 여성 소설가 8인이 재현해냈다.

사라지는 건 여자들뿐이거든요(은행나무)는 강화길, 손보미, 임솔아, 지혜, 천희란, 최영건, 최진영, 허희정 등 젊은 여성 소설가 8인이 2020년을 살아가는 여성이 겪는 불안을 고딕 스릴러라는 장르를 통해 다양한 시공간에서 재현해낸 테마소설집이다. 고딕 스릴러는 특정 공간이나 관계에서 불안을 매개로 인간의 심리를 세밀히 파헤치는 장르 소설을 말한다.

죽음 너머에서 들리는 목소리, 언니의 자살시도를 눈앞에서 목격한 동생의 목소리 등 죽음의 곁에 선 여성들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스토리텔링 방식, 혹은 2층 고택, 사찰, , 적산가옥, 수녀원, 폐가 등의 공간적 배경이 주는 공포와 불안이 깔린 상태에서 사건이 전개된다.

여덟 편의 서로 다른 소설들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여성 인물의 불안이 자의로든 타의로든 다른 여성을 겨누고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강화길의 <산책>은 죽음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와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의 친구인 종숙 언니와 그 어머니에 이르는 세 세대에 걸친 여성 가족사를 서술한다.

최진영의 <피스>에서는 자매의 어머니인 예언가 오필남이 체중이나 혼전 임신 등을 두 딸에게 예언하며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데, 오필남의 예언은 오랫동안 여성에게 강요된 사회의 규제를 닮았지만 여성을 통해 전해진다는 점에서 교묘하게 착취의 구조를 은폐한다.

이런 서사가 단순히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구도로 이해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한 세대의 여성에서 다른 세대의 여성에게 이어지는 언어 속에 은폐된 촘촘한 심리적 착취의 매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강지희는 추천사에서소외된 자들의 외로움은 지독하게 이어지지만, 그 고립이 정확하게 이해되는 순간에 어떤 연대가 된다고 했다.

이 소설집은 여성이라는 사회적 약자가 겪을 수밖에 없는 불안을 전면화해서 이 시대에 필요한 공감과 연대를 불러오고자 하고 있다.

게다가 사라지는 건 전부 여자들뿐이거든요. 이 동네 사람이 아닌 여자들뿐이에요. 여자들이 사라지는 사건은 몇 번이고 겪어봤는데, 대부분은 범죄가 많아요.” (허희정, <숲속 작은 집 창가에> 248)

여덟 편의 소설이 사라지지 않는 여성의 기록들로 남거나 각자의 적합한 방식으로 소설을 읽고, 연대의 가능성이 시작되는 것은 이제 독자들의 몫이다. 은행나무.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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