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여성들은 한번도 자신만의 공간을 가져본 적 없어

재택근무 중인 여성(출처-CNN)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재택근무가 확산되고 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IT 기업들은 이미 내년까지 재택근무 기간을 연장했다. 트위터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잭 도시는 직원이 원하면 영원히 재택근무 할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

코로나19 시대에 재택근무가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는 상황은 여성들에게 어려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일할 공간을 찾아다녀야 한다는 것.

최근 재택사무실의 사회적 역사를 다룬 이지 리빙, 홈 오피스의 부상(Easy living : the rise of the home office)을 출간한 에리자베스 패튼(Elizabeth Patton) 메릴랜드대 신문방송학과 조교수는 여성이 왜 자신만의 작업공간을 갖기가 힘든지를 역사적으로 설명하면서 재택근무 전쟁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패튼 교수가 CNN에 기고한 칼럼을 요약한다.

역사적으로 공간을 찾아 헤맨 쪽은 여성들이었다. 재택근무 공간이 임시변통으로 마련되는 것, 그리고 그 공간이 성()의 문제가 된 이유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재택사무실이 하나의 별개의 공간으로 등장하게 된 배경을 살펴봐야 한다.

18세기에 중산층과 부유한 핵가족의 집에는 가정활동에 따라 세 개의 분리된 공간이 등장했다. 거실과 같이 손님을 맞이하는 사회적 공간, 부엌과 창고, 세탁공간을 포함한 서비스 공간, 그리고 가장 개인적인 부분인 잠자는 공간이다.

현재 재택사무실이라고 불리는 공간의 기원은 19세기 이전 남성과 여성이 함께 사용하던 거실(chamber room)이다. 대부분의 거실은 훗날 건축설계도에 침실(bedrooms)’로 명명된다. 그러나 19세기에 들어서면서 이 공간의 명칭이 서재(library, study, den)라는 이름과 혼용된다.

19세기 말에는 서재가 주로 남성이 집에서 사업을 하는 공간, 그리고 공부를 하거나 친구들을 만나는 공간으로 통용된다. 예를 들어 성직자, 상인, 의사들은 업무가 주로 집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서재 또는 응접실(interview room)’이 필요했다. 서재는 집안의 개인적인 공간과 분리돼 가능한 한 현관 가까이에 위치했다.

그러나 20세기 초반에는 전형적인 중산층 주택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면서 서재가 사라진다. 서재는 중상류층 전문 직업가와 예술가, 그리고 부유층의 주택에만 남게 된다. 서재는 남성의 취미와 간헐적인 업무가 이뤄지는 남성의 공간이었지만, 일반적으로 주택은 가족생활을 영위하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사무용품 판매기업들이 주택을 미개발시장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그들은 재택근무가 편리하다는 것을 설득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가정에 사무기기를 갖출 별도의 업무공간을 만들라고 광고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1921년에 <레밍턴 랜드(Remington Rand)>는 휴대용 타자기를 광고하면서 집에서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강조했다. 1950년에 <벨 전화회사(Bell Telephone)>는 중산층 주택 건설업자와 함께 집에서 일과 여가를 함께 하는 방법으로 추가전화선 설치를 광고했다.

PC가 타자기를 대체함에 따라 애플이나 IBM 같은 컴퓨터 회사들은 자사 컴퓨터를 통해 원격통신과 사업운영이 가능하며, 자녀들이 숙제를 보다 쉽게 해낼 수 있다고 광고했다.

이런 기술제품들이 증가함에 따라 소비자들은 이 제품들을 집안의 어디에 놓아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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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가 그 해답을 제공하기도 했다. 시트콤 ‘Leave It to Beaver’에서 아빠의 서재에는 책장과 지구본, 두 개의 가죽의자, 책상과 전화가 놓여있다. 이 서재는 아빠가 저녁에 간간이 재택근무를 하고, 주말에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산층 주택에는 서재가 없었다.

더욱이 2차 대전 후에는 타자기 회사와 전화회사들이 남성만을 상대로 광고하지 않았다. 이들은 중산층 여성들을 대상으로 학교나 보험중개사, 그리고 의사들과 서신을 주고받고, 가족기록을 남기며 각종 청구서를 지불하는 데 있어서 자사제품이 유용하다고 유혹했다.

그러나 남성과 달리 광고나 신문, TV에 등장하는 여성의 작업 장소는 부엌의 식탁이나 침실 한쪽의 작은 책상으로 그려졌다. 여성이 자신만의 작업공간을 갖는 경우는 드물었다.

사무기기를 어디에 놓을 것인가가 문제였다. 침실에 놓으면 은밀함과 휴식이라는 침실의 기능을 방해했다. 거실에 놓인 PCTV와 부딪혔고, 부엌이나 거실에서는 다른 가족들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일할 수가 없었다.

이런 이유로 1980년대의 광고와 컴퓨터 잡지는 재택사무실 또는 취미실(hobby room)’이라는 PC만을 위한 새로운 공간을 권장하기 시작했다.

재택사무실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조용한 공간이지만, 그런 공간이 있는 집에서 그 공간은 주로 남성 전용이다.

이들 회사들의 광고는 효과를 나타냈다. 팬데믹 이전에도 재택근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그 숫자는 팬데믹 이후 증가했다. 그러나 일은 많고, 그 일을 할 충분한 공간이 없다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그리고 여성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

패튼 교수는 집에서 남편이 재택사무실을, 아들이 거실을 차지하고 있어 자신은 노트북과 차를 들고 일할 공간을 찾아 집안을 돌아다닌다고 토로했다. 재택근무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다른 여성들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집안에서 일에 전념할 수 있는 장소를 갖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패튼 교수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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