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산모 임신·출산 의료비 지원사업의 한계
만 19세는 청소년일까? 성인일까?
민법상 만 19세는 성인이다. 하지만 청소년을 규정한 여러 법률을 보면 만 19세는 때로는 청소년이고, 때로는 성인이다. 청소년기본법과 청소년복지법, 청소년활동법 등은 만 9세~24세로 보지만, 청소년보호법과 청소년성보호법 등은 만 19세 미만, 게임산업진흥법은 만 18세 미만을 청소년으로 본다.
정부의 정책이나 제도에 따라 청소년의 기준을 폭넓게 적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한부모’의 기준을 종전 만 24세 이하에서 최근 법 개정을 통해 34세 이하로 확대했다.
이렇게 청소년에 대한 기준이 일관성 없이 들쑥날쑥 하다 보니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생긴다. 만 19세 청소년 산모들이 그렇다.
10대 청소년 산모 중 만 19세가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도 청소년 산모 대상 임신·출산 의료비 지원에서 제외돼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2일 국회입법조사처의 ‘2020 국정감사 이슈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9세 이하 청소년 산모는 558명으로 이 중 57.2%(319명)가 19세로 집계됐다. 청소년 산모 중 19세 비율은 2014년~2019년까지 5년간 매년 51.7∼57.2%를 기록하며 전체 청소년 산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왔다.
그런데도 현행법은 청소년 산모의 나이 기준을 만 19세 이하로 규정해 만 19세 청소년 산모들은 청소년 임신·출산 의료비 지원사업 대상이 아닌 일반인으로 분류된다.
우리나라는 현재 모자보건법 제3조에 근거해 '청소년 산모 임신・출산 의료비 지원 사업'이 시행 중이다. 지원 대상은 만 18세 이하의 청소년 산모다. 산모는 임신・출산 관련 의료비 중 본인 부담액을, 출생한 영유아는 의료비와 약제비의 본인부담액을 120만원 범위 내에서 지원받는다.
하지만 만 19세 청소년 산모들은 청소년이 아닌 일반인으로 분류돼 만 18세 이하 청소년 산모가 지원받는 120만원의 절반 밖에 안되는 연간 60만원을 지원받는다.
결국 2018년 755명, 2019년 319명의 만 19세 청소년 산모들이 청소년 산모 의료비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현재의 지원 대상자 수보다 훨씬 많은 수의 19세 산모를 배제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2016∼2018년 매해 6억원씩 배정하던 청소년 산모 임신・출산 의료비 지원 사업 예산을 지난해와 올해는 3억원으로 50%나 삭감했다. 예산이 남아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청소년 산모 의료비 지원 예산의 집행률은 2016년 65.2%, 2017년 53.0%, 2018년 41.7% 등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청소년 산모가 줄어서가 아니다. 청소년 산모가 받는 지원금을 쓸 수 있는 항목이 제한되어 있어서다. 지원금은 임신·출산과 직결된 의료 항목에만 쓸 수 있는데, 출산 후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거나 산후우울증 치료 등에는 사용할 수 없다.
그렇다 보니 청소년 산모 의료비 지원 신청자수도 2016년 1065명에서 2018년 610명으로 줄어들고 있고, 집행률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예산 집행률이 낮다는 이유로 예산을 삭감했으니 탁상행정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올 3월에 공개한 ‘청소년 산모 의료비 지원 현황 및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 산모에게서 태어난 출생아의 1년 내 사망률이 평균의 7배가 넘고, 영아사망률 역시 평균의 5배가 훨씬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청소년 산모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19세 미혼모는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또한 청소년 미혼모들은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 산후우울증을 경험하는 비율은 77.2%나 됐다. 그런데도 65.8%는 우울증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 산모 지원금을 산후우울증 치료에 사용할 수 없는 현행 제도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 보고서는 현재의 청소년 산모 임신·출산 의료비 지원사업을 청소년 산모 건강 지원사업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그래서 산후조리원 입소 비용 지원, 산후우울증 및 불안장애 등 정신과 치료 및 상담비 지원, 산모 영양주사 및 철분주사, 치과 진료 등 산후 회복기 건강 지원,산모의 회복기 동안 신생아에 대한 돌봄 서비스 비용 지원, 영유아 예방접종 사업 지침에 명시 등을 포괄한 제도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