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산 위험, 인큐베이터 부족으로 제주에서 부산행

조산 위험이 있던 임신 26주차 쌍둥이 임산부 A(37)가 소방헬기에 실려 제주에서 부산대학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A씨가 위험을 무릅쓰고 헬기를 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도내 신생아 인큐베이터가 있는 제주대병원과 한라병원 모두 인큐베이터가 꽉 차서 입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6일 오후 57분경 신고 접수를 받은 제주도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746분경 부산대병원 외상센터에 도착해 A씨를 의료진에게 인계했다. A씨는 현재 이 병원에서 안정 치료를 받고 있다.

제주도는 의료인력이나 시설이 부족하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도 없기 때문에 이 지역 임산부들은 큰 위험과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보이고 있는데 출산연령이 높아지면서 고위험 산모가 늘고 있고, 저출산으로 문 닫는 산부인과가 많아 분만시설의 지역 편차가 심해서 임신이나 출산 과정에서 사망하는 모성사망비도 높은 편이다.

보통 만35세 이상의 여성이 임신하면 고령산모로 분류하는데, 통계청에 따르면 200043000여 명이었던 고령산모는 2018년에 104000여명으로 18년 간 약 4.7배 증가했다. 또 출생아 10만 명당 사망하는 산모수를 나타내는 모성사망비는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평균 12.29명으로 같은 기간 OECD 평균 모성사망비는 8.21명을 훨씬 웃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모성사망비가 가장 높은 지역은 강원도로 2017년 기준 33.5명으로 전국 평균인 7.8명의 4배가 넘는다. 강원도는 분만시설이 부족한 지역이 많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의 이진용 교수팀이 2013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출산(유산 포함) 여성의 임신 관련 지표를 분석한 결과, 강원도의 정성군은 임산부의 유산율이 10.3%로 가장 높았다. 일반 지역의 평균 유산율(3.6%)보다 약 3배 높은 수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63월 제1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2016~2020)을 통해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37곳의 모든 분만 취약지 해소를 추진하고, 분만 수요 등을 고려해 지역 상황에 맞는 분만 산부인과 설치 및 운영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7일 복지부에 따르면 분만 취약지는 201152, 201248, 201348, 201446, 201537곳으로 감소했으나 202012월 기준 아직도 전국에 30곳이 분만 취약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이 이어지면서 문 닫는 산부인과와 분만실을 포기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전국 병원 분만실이 17.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부인과 전공의의 감소로 대학병원에서조차 분만실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위험 산모와 태아 치료 시설 문제는 더 심각하다. 정부는 2020년까지 전국 15개 권역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를 설립할 계획이었지만, 제주권에만 아직 없다.

정부는 통합치료센터에 소요되는 시설과 장비 구입 예산 10억원과 2차년도 시설·장비 및 인력 배치 완료 후 운영비 3억원 지원을 약속하고, 2019년과 2020년 연이어 제주권 공모에 나섰지만, 신청하는 병원들이 없었다.

병원들은 전문 인력 확보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통합치료센터를 만들면 신생아와 산부인과 전문의, 그리고 센터에 상주하는 전공의와 마취과 전문의도 필요한데 의사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1대당 연간 5억원이 들어가는 인큐베이터 운영비용 등도 중요한 이유였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등록)자 수는 275815명으로 30만 명 선이 무너져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가임기 여성이 적고, 출생아수도 점점 줄어들면서 분만 인프라 구축은 더욱 요원해지고 있으며 임산부들은 어렵게 임신하고, 위험하게 출산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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