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씨네 며느리들이 봉고차를 탔다! <큰 엄마의 미친 봉고>

영화 '큰 엄마의 미친봉고'에서 며느리들과 남편들의 대조적인 모습(사진-백그림 제공)

올해 설이 열흘 밖에 안 남았다. 이 맘 때면 차례상 비용, 명절 선물, 교통, 치안 등 명절 관련 뉴스가 많이 등장하는데, 그 중 여성들의 공감을 얻는 검색어가 있다. 명절증후군, 명절 이혼 등이다.

40대 초반 D씨는 이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서울에 거주하는 그녀는 명절 전날 안산에 있는 시댁에서 늦도록 차례 준비를 하고, 명절날 차례를 지내고도 한나절이 돼야 친정이 있는 부산으로 출발한다. 갈 길이 바쁜데도 시어머니는 좀 천천히 하자.. 차례 지내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숨 좀 돌리게...”하면서 그녀와 남편을 붙잡는다. 정작 숨을 돌려야 할 사람은 그녀인데 말이다.

하지만 다음에 이어지는 시어머니의 한 마디가 D씨 마음을 더 답답하게 만든다. “난 요즘 며느리들 명절증후군, 명절증후군 하는 게 이해가 안된다. 나 혼자 재료 손질 다해놓고 넌 만들기만 하면 되는데, 너도 명절증후군 있니?”정말 며느리를 생각한다면 부산까지 먼 길 가는 아들 부부를 빨리 보내주고, 명절 차례상도 간소하게 해서 일손을 좀 덜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결혼하고 10여년째 이런 방식으로 명절을 보내고, 이런 생각에 절망하면서 D씨는 어떻게 해야 문제가 해결될지를 고민한다. 이 역시도 10여년째 말이다.

이번 차례는 당신 혼자 지내!”

속이 뻥 뚫리는 이런 사이다 발언을 한 사람은 큰 엄마다. 영화 <큰 엄마의 미친 봉고>는 명절 준비로 바쁜 유씨네에서 벌어지는 며느리들의 엑소더스를 유쾌하게 그려내며 가부장적 문화에지 반기를 든다.

결혼을 앞둔 은서(김가은 분)는 명절 인사를 하기 위해 예비 시댁을 찾는다. 그녀는 대가족의 엄청난 차례 준비에 놀라는데, 집안 며느리들이 부엌에서 일하는 동안 남자들은 손 하나 까딱 안한다. 남편의 끝도 없는 잔소리와 심부름에 지친 큰 엄마(정영주 분)는 차례 준비를 하다 말고 장 좀 보고 와야겠다는 말을 남기고 며느리들을 불러내 봉고차 시동을 건다.

큰 엄마가 향한 곳은 마트도 아니고, 시장도 아니다. 식당에서 남이 차려준 음식을 맛있게 먹고, 남편 카드로 며느리들의 옷을 산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해하던 며느리들은 이내 큰 엄마의 반란에 기꺼이 동참한다.

이런 며느리들과 대조적으로 집에 남은 남자들은 아무 것도 못하고 우왕좌왕 난리법석을 떤다. 큰 아빠는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카드 결제 내역 문자에 분통만 터뜨릴 뿐이다.

이 영화는 한때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큰엄마에게 납치당해서 강릉으로 여행하고 있어요라는 글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판타지 같은 엉뚱한 발상이 더해져 새로운 명절 풍경을 재현해냄으로써 명절마다 되풀이되는 가족갈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큰엄마의 미친봉고>는 지난 달 21일 극장에 개봉했고, 28Seezn(시즌) 앱을 통해 공개됐다. 이후 IPTV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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