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조치는 여성인권 후퇴시킨다는 비난에 직면

가자지역 여성들(출처-더 가디언)
가자지역 여성들(출처-더 가디언)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가자지구는 요르단강 서안(웨스트뱅크)과 함께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 속하는 곳이다. 2007년 이스라엘의 존재를 부정하는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Hamas)가 가자지구를 점령하고 국제적으로 공인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로부터 강제로 영토를 빼앗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스라엘의 강력한 봉쇄조치로 하늘만 열린 감옥이라고도 불리는 가자지역은 주민의 절반 가까이가 유엔의 구호식량으로 연명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이슬람 원리주의가 지배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여성들의 삶은 가혹하다.

최근 여성들의 자유를 더욱 옥죄는 조치가 이뤄졌다. 영국 가디언은 가자지구의 이슬람 법원은 여성들이 여행할 때는 남성 보호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포고령을 내렸다고 15일 보도했다. 이는 하마스 점령 후 이스라엘과 이집트에 의해 봉쇄된 이 지역의 출입을 더욱 제한하는 조치다.

이런 여권(女權)의 후퇴는 팔레스타인이 올해 후반기에 선거를 예정하고 있어 비난을 야기 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조치는 2007년 하마스의 가자지역 점령 이후 생활여건 악화에 대한 비난을 직면한 상황에서 하마스 내 보수적 지지를 강화할 수 있다.

이슬람율법사법위원회(sharia judicial council)에 따르면 미혼 여성은 아버지나 나이 많은 친척 등의 보호자허가 없이는 여행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여행시 남성을 동반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이번 조치는 기혼 여성이 남편의 허가 없이는 여행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남성도 심각한 해를 야기할 수 있는 경우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여행을 막을 수 있다고 하였으나, 사전허가가 필요하지 않다.

이번 조치는 극보수주의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오랫동안 존재했던 소위 보호자법과 비슷하다. 이 법에 따라 사우디의 여성들은 미성년처럼 외국여행과 여권을 신청할 때 남편이나 아버지 또는 심지어 아들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이런 제한은 2019년에 완화됐다.

하산 알-조조(Hassan al-Jojo) 최고사법위원장은 이번 조치가 균형잡힌 것이며, 이슬람법 및 시민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면서 소셜미디어상에서 언급된 이 법에 대한 인위적이고 부정의한 잡음을 일축했다.

그는 과거 부모에 알리지 않고 여행한 어린 소녀들의 사례와 처자식의 생계를 버려두고 떠난 남성들의 사례를 들면서 이번 조치를 정당화했다.

가자지역은 2백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향이다. 모든 가자지역 사람들은 외부로 나가기 위해 긴 허가절차를 거쳐야 하며, 대부분 이집트로 가기 위해 간헐적으로 개방되는 라파(Rafah) 지역을 거쳐야 한다. 이런 이동제한으로 인해 사람들이 이 지역을 벗어나 의료서비스나 고등교육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번 조치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우디아라비아도 여성운전을 허용하는 등 여성이동 제한을 완화하는 마당에 하마스가 여성인권을 후퇴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가자지역에 거점을 두고 여권확장 중심의 활동을 하는 활동가 자이납 알 구나이미(Zainab al-Ghunaimi)는 이번 조치가 모든 성인에게 동일한 권리를 제공하는 팔레스타인 기본법을 위반하고 있다면서 관계당국이 인권보호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마스는 이슬람국가(IS, Islamic State)나 탈리반 등과 달리 이슬람법을 강하게 옹호하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여성변호사와 고등학교 여학생들에게 이슬람 복장규정을 적용하는 등 제한된 범위에서 보수적인 규정 등을 강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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