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에 주택난까지…“결혼 어렵다”
남성은 경제적 요인-여성은 일·가정 양립 부담

자료-KOSTAT 통계플러스 2021년 봄호 일부 캡처

13녀를 둔 70L씨 부부는 결혼한 둘째 딸을 제외한 3남매와 함께 살고 있다. 취업준비생인 막내딸은 그렇다 쳐도 직장생활을 하는 40대 초반의 큰 딸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 준비 중인 아들도 독립할 생각을 안한다.

벌써 독립하고도 남았을 자식들이 옆에 붙어있으니 마음이 답답한데, 그렇다고 무작정 독립을 시킬 수도 없고...”

요즘 L씨처럼 장성한 자녀들이 부모와 함께 사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부모를 모시는 게 아니라 부모와 동거하며 경제적으로 의지하는 형태다.

실제로 30대 미혼 남녀의 절반 이상이 부모와 동거하는 캥거루족인 것으로 나타났다40대 캥거루족 비율도 40%가 넘는다.

통계청이 30일 발간한 통계플러스 2021년 봄호에 실린()혼인 시대, 미혼남녀 해석하기연구 보고서에 실린 내용이다. 이 보고서는 지난 2015년 인구총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세부터 44세까지 미혼 인구의 연령대별 주택 점유 형태와 취업 상태를 분석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30대 미혼 인구 가운데 부모와 동거하는 비율은 54.8%로 절반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30대 초반(3034)57.4%, 30대 후반(3539)50.3%였다. 연령대가 높은 40대 초반(40~44)에서도 사정은 비슷해서 44.1%가 여전히 부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

반면 미혼 1인 가구, 이른바 나홀로족의 비율을 보면 30대 초반 25.8%, 30대 후반 32.7%, 40대 초반 38.3%였다.

캥거루족은 나홀로족보다 경제적 자립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부모와 같이 사는 20~44세 미혼의 취업 비율은 57.9%인 데 비해 독립해서 사는 미혼의 경우 74.6%가 취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시내 통계계발원 서기관은 청년층 고용 불황이 지속되고 주택 비용이 상승하는 가운데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 세대에게서 경제적·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캥거루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30~40대 캥거루족이 많다는 것은 그 연령대에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기도 하다.

결혼하지 않은 3044세 남녀를 대상으로 결혼 필요성에 대해 조사해보니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응답은 남성 13.9%, 여성 3.7%로 격차는 10.2%포인트였다. “결혼을 하는 편이 좋다는 의견은 남성 31.5%, 여성 17.7%13.8%포인트 격차가 벌어졌다. 하지만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견해는 남성 45.9%, 여성 61.6%로 여성이 15.7% 포인트 높았고, “하지 않는 게 낫다는 답변은 남성 6.4%, 여성 15.5%였다.

이를 통해 결혼에 대한 인식은 여성이 남성보다 더 부정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결혼 제약 요인으로는 남녀 모두 본인의 기대치에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라는 답변이 각각 18.4%, 23.4%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남성은 소득이 적어서”(15.0%), “결혼에 적당한 나이를 놓쳐서”(10.9%), “비용 부담이 커서”(6.0%) 순이었고, 여성은 결혼보다 내가 하는 일에 더 충실하고 싶어서”(19.3%), “결혼할 생각이 없어서”(12.4%)를 각각 꼽았다. 결혼제약 요인에서 남녀가 일부 인식차이를 보였다.

박 서기관은 한국 특유의 결혼 문화는 당사자의 의사보다는 집안 간 혼사란 개념이 강해 유무형의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청년층 고용 불황과 높은 주택 비용은 초저출산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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