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주도 의사결정에는 필연적으로 공백 생겨

핀란드의 산나 마린 총리(출처-산나 마린 인스타그램)
핀란드의 산나 마린 총리(출처-산나 마린 인스타그램)

보통 한 나라의 성평등 정도를 언급할 때 공직과 대기업에 여성이 얼마나 진출했느냐를 기준으로 삼는다. ‘성평등 천국으로 불리는 북유럽 5개국, 즉 아이슬란드,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는 특히 여성의 정치참여가 활발하다.

아이슬란드는 세계경제포럼에서 성평등 순위 1위 국가로 선정됐는데, 세계 최초로 여성 대통령을 배출했고,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여성 할당제를 시행하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지난 201912월 당시로는 세계 최연소 여성 총리가 취임했다. 취임 당시 34(1985년생)였던 산나 마린 총리였다. 마린 총리는 5개 정당으로 구성된 연립정부를 이끌고 있는데, 5개 정당의 당수는 모두 여성이다. 또 핀란드 내각은 전체 19명의 장관 중 12(63%)이 여성이며, 국회의원 200석 중 90(47%)이 여성이다.

이렇게 여성들의 활발한 정치 참여로 국가의 정책과 제도에 여성의 입장과 의견이 반영되고, 성평등한 사회 분위기가 정착된다.

실제로 이들 5개국 뿐 아니라 독일, 호주, 스위스, 뉴질랜드 등 선진국의 여성 리더십은 그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 향상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유럽의 중심이라고 하는 영국은 상대적으로 여성의 정치참여가 저조한 편이다지난 56일에 시행된 영국의 지방선거에서 영국 본토인 잉글랜드의 7개 도시 중 6개 도시에서 남성들이 시장에 당선됐다.

이를 두고 성 대표성 부족으로 인해 편향적인 의사 결정이 이뤄질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리버풀경영대학원과 리버풀 존무어대학(Liverpool John Moores University)의 부교수인 피오나 암스트롱-깁스(Fiona Armstrong-Gibbs) 교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잉글랜드의 웨스크 요크셔주의 시장에 당선된 트레이시 브라빈(출처-인디펜던트)
잉글랜드의 웨스크 요크셔주의 시장에 당선된 트레이시 브라빈(출처-인디펜던트)

암스트롱-깁스 교수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회복하고, 지역경제를 재건하는 데는 여성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는 논지의 칼럼을 인디펜던트에 게재했다.

이번 영국의 지방선거에는 잉글랜드 지역의 7개 대도시 시장선거가 포함돼 있었다. 잉글랜드 지역에는 9개의 대도시가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웨스트 요크셔에서 새로운 시장으로 여성 후보인 트레이시 브라빈(Tracy Brabin)이 당선됐을 뿐, 나머지 6개 지역은 남성 시장들이 당선됐다. 또 다른 두 지역은 2018년과 2019년에 시장이 선출됐기 때문에 올해는 선거가 치러지지 않았다.

이들 대도시 시장들(metro mayors)’은 지역 경제의 의사결정에 집단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고, 각자는 재원조달에 있어 다양한 수준의 자율권을 갖고 있다. 이들은 교통 및 공간계획, 16세 이상 기술교육, 기업지원 서비스와 경제개발 등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들은 팬데믹에서 벗어나 경제적으로 회복하고 성장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권한을 갖고 있지만, 성 대표성은 매우 부족하다. 현재 대도시 시장들은 대부분 남성이다. 2021년 대도시 지방선거에 출마한 31명의 후보 중 6명만이 여성이었다.

대부분의 지방위원회 지도자들도 남성이다. 이런 상황은 정치 및 경제 리더십에서 여성의 대표성에 큰 문제가 된다. 의사결정을 내리는 기관에서의 성분포가 그 의사결정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성분포를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성을 포함한 의사결정 과정이 모두를 위해 보다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성이면 지역이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 필연적으로 공백이 생기게 된다.

수십 년 동안 정부의 경제성장 계획은 여성과 경제에 대한 여성의 기여를 고려하지 못했다. 여성과 소수민족은 경제계획의 고려대상에서 지속적으로 배제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영국 전역에서 경제적 전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보살핌 분야와 접대 및 소매분야와 같이 주로 여성을 고용하는 산업들은 건설과 제조업 분야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 보살핌 분야는 노동수요는 크지만, 임금수준이 낮으며 고용안정성이 낮다. 팬데믹 기간에 접대 및 소매 분야의 많은 노동자들은 임시 해고되거나 정리 해고됐다.

여성은 전체 인구의 51%를 차지한다. 지역 상황이 회복됨에 따라 지역의 지도자들과 경제적 의사결정자들이 여성과 소수민족을 포함하는 다양한 공동체의 다양한 경험을 포함하도록 해야 한다.

지역 경제는 산업전략으로 추진된다. 산업전략이란 경제적 생산성과 번영을 증대시킬 것이라 예상되는 특정 산업들을 부양하는 정부의 계획이다. 최근의 산업전략들은 과거 수십년 간의 전략들과 비슷했는데, 투자는 주로 자동차 생산, 교통, 건설과 의약 연구에 집중됐다.

영국 리버풀의 골목길 페니 레인(출처-pixabay)
영국 리버풀의 골목길 페니 레인(출처-pixabay)

리버풀에서는 동일한 산업들이 반복적으로 지원을 받는 것에 불만을 품은 여성들이 이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기 위해 모였다. 여성들은 리버풀도시지역(LCR, Liverpool City Region) 연합당국에 경제성장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제시했다.

이들의 전망을 담은 보고서에는 보살핌 분야에서 여성이 이끄는 사업 및 재정투자에 재정지원을 집중해줄 것이 포함돼 있었다. 또한 이 보고서는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이윤을 만드는 사업들이 지역경제 및 공동체에게 보다 바람직한 결과를 준다는 사실을 의사결정자들이 인식할 것을 촉구했다.

이 보고서의 내용은 LCR 연합당국의 2020년 코로나19 대응에 반영됐다. LCR은 사회적 사업을 지원하는 일련의 펀드를 만들었고, ‘LCR 미래 혁신 펀드는 여성주도의 단체를 포함한 다양한 기업들에게 배분됐다.

지역의 경제적 잠재력을 실현하는 데는 성과 인종적 다양성이 필수적이다. 보살핌과 서비스 분야는 지역 경제의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핵심산업들이다. 이들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들에게는 공정하고 적절한 임금이 제공돼야 한다. 이는 성별임금격차와 경제의 여성에 대한 불균형적 영향 문제를 다루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재정적으로 경쟁력이 있으면서 사회에도 도움이 되는 이중의 역할을 하는 기업을 사회적 기업이라고 한다. 봉쇄기간 지역의 많은 사회적 기업들이 전통적인 기업들보다 기민하게 대응했다고 생각된다.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 지역사회의 수장들 중 여성은 소수집단이다. 그러나 대도시의 시장들은 향후 계획에 여성과 소수민족을 포함해야 한다. 그러면 필요로 하는 형태의 재건과 미래의 성장이 추진될 것이다.

 

 

저작권자 © 웨딩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