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폭력 사망 피해자 어머니의 외침에 39만명이 동의

출처-청와대 국민청원
출처-청와대 국민청원

제 딸을 사망하게 만든 가해자는 딸의 남자친구입니다.”

지난 달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딸을 잃은 어머니의 청원에 39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동의했다.

사망자 황씨(26)가 남자친구로부터 폭행당하는 장면은 그녀가 거주하는 오피스텔 1층 외부 통로와 엘리베이터 앞 CCTV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데이트폭력이 증가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5일 발표한 '2021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발생한 데이트폭력은 9858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데이트폭력이 더 많이 발생했다. 통계청의 '데이트 폭력의 현실, 새롭게 읽기'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경찰청 전국자료로 집계한 데이트 폭력 신고 건수는 19940건이었다. 하루 평균 54건의 데이트 폭력이 신고된 것이다. 유형별로는 폭행·상해 7003(71.0%) 경범 등 기타 1669(16.9%) 체포·감금·협박 1067(10.8%) 성폭력 84(0.8%) 순이었다. 살인으로 이어진 경우도 35(0.3%)이나 됐다.

피해자가 2만명 가까이 되고, 살인까지 일어나는데도 데이트폭력을 처벌하는 법은 아직 없다. () 황씨의 어머니도 국민청원에서 연인관계에서 사회적 약자를 폭행하는 범죄에 대해 엄벌하는 데이트폭력가중처벌법 신설을 촉구합니다라고 호소했다.

현재 데이트폭력은 폭력 과정에서 발생한 범죄 유형에 따라 관련법에 의해 처벌된다. 예를 들어 신고건수가 가장 많은 폭행상해는 폭행죄나 상해죄 등 일반 형법이 적용되고 있다.

문제는 폭행죄가 형법상반의사불법죄로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연인 관계에서 폭행이 이뤄지기 때문에 은폐되기 쉽고, 신고를 하더라도 보복이 두려워 합의하거나 처벌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2018년 서울 관악구에서는 데이트폭력으로 9차례나 입건됐던 남성이 피해 여성을 찾아가 끝내 살해했다. 당시 여성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해서 경찰이 남성을 풀어준 후였다.

데이트폭력의 이런 특수성 때문에 단일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데이트폭력 처벌법은 왜 만들어지지 않고 있나?

지난 20대 국회까지 발의됐던 데이트폭력 법안은 총 6건으로 19대 국회 때인 2016년 박남춘 전 의원(더불어민주당)데이트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시작으로 20대 국회에서 표창원, 함진규, 신보라 전 의원도 데이트폭력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국회 임기 만료로 법안들은 폐기됐다.

21대 국회에 들어와서는 지난해 10월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피해자 보호지원과 폭력 예방을 골자로 하는데이트폭력등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올해 1월에는 권인숙 민주당 의원이 데이트폭력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 내용의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두 법안 모두 소관상임위인 여성가족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데이트폭력 처벌법 입법화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발생했고, 유족과 친구들은 여러 방식으로 사건 공론화에 나서고 있다.

어머니의 국민청원 외에 고인의 친구들은 내 친구에게(Dear My Friends)’라는 의미를 담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친구의 사연이 담긴 카드 뉴스를 게재했다. 또 데이트 폭력 근절을 위한 ‘#2021하늘챌린지해시태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본인 휴대폰으로 하늘 사진을 촬영한 뒤, 황씨가 사망한 일자 등을 해시태그로 첨부해 각자의 SNS에 업로드하는 방식이다.

817일 황씨가 뇌사 판정 3주 만에 사망하자 경찰은 같은 달 27일 황씨의 남자친구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서울서부지방법원은 도주 우려가 없다등의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언제까지 데이트폭력은 고스란히 피해자의 고통으로만 남겨둬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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