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퍼트넘 부인이 아니라 에어하트입니다”, 파격이었던 결혼식

대서양을 횡단한 최초의 여성 파일럿으로서의 경험을 담은 책‘20시간 40이 성공하면서 곳곳에서 강연 요청이 쏟아지자 퍼트넘은 에어하트의 강연 여행과 대중 홍보를 맡았다. 말하자면 매니저 역할을 한 것이다.

출처-아멜리아 에어하트 공식홈페이지
출처-아멜리아 에어하트 공식홈페이지

에어하트는 당시 화학공학자인 새뮤엘 채프먼과 약혼 상태였으나 1928년 말 헤어졌다. 일설에는 에어하트가 채프만과 1923년 약혼한 후 5년이나 결혼을 미루고 약혼반지조차 끼지 않은 것은 결혼하면 그가 자신을 망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퍼트넘도 비슷한 시기에 이혼했다. 많은 사람들은 퍼트넘이 에어하트와 결혼하기 위해 자신의 첫 번째 아내를 떠났다고 생각했지만, 퍼트넘의 아내였던 비니는 불행한 결혼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여러 차례 장기간의 해외여행을 떠났고, 그 과정에서 다른 남성을 만났다. 아내의 불륜이 이혼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지만, 그 무렵 퍼트넘은 에어하트의 집필을 돕느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둘 사이에 로맨스가 싹텄다.

각각 애인, 아내와 결별한 두 사람은 1929년부터 본격적으로 교제하기 시작했다. 퍼트넘은 결혼을 원했지만, 에어하트는 생각이 달랐다. 한창 비행사로서 커리어를 쌓아가던 중이었고, 위험에 찬 도전들을 앞두고 있었다.

출처-pinterest
출처-pinterest

2년 가까운 구애와 6번의 청혼 끝에 퍼트넘은 드디어 에어하트의 결혼 승낙을 받아냈다. 하지만 에어하트는 이전의 약혼에서도 그러했듯이 결혼에 대해 고민이 많았고, 스스로를 당대의 일반적인 방식의 결혼에 묶어두기를 원치 않았기에 퍼트넘에게 몇가지 약속을 받아내기에 이른다.

에어하트는 결혼을 앞두고 퍼트넘에게 편지를 보냈다.

당신은 내가 결혼하기를 꺼리고, 결혼으로 인해 일에서 가장 중요한 기회를 산산조각 내는 나의 감정을 다시 한번 알아야 한다....우리가 함께 살면서, 나는 당신에게 충실한 어떤 규약도 지키지 않을 것이며, 나도 당신과 비슷하게 얽매여 있다고 생각지도 않을 것임을 당신이 이해하기를 바란다...만약 우리가 함께 행복을 찾지 못한다면 1년 안에 나를 놓아준다는 잔인한 약속을 해야 한다. 나는 모든 면에서 최선을 다해서 당신이 알고 있고 원하는 나의 일부분을 당신에게 줄 것이다.”

결혼 직전인 1931년 에어하트가 퍼트넘에게 보낸 편지(출처-뉴욕타임즈)
결혼 직전인 1931년 에어하트가 퍼트넘에게 보낸 편지(출처-뉴욕타임즈)

1931년 결혼 직전에 씌여진 이 편지 어디에도 달콤한 맹세나 고백은 없고, 대신 이해해달라”, “알아야 한다”, “해야 한다는 등의 설득과 다짐이 있을 뿐이다. 에어하트는 이 편지에서 “1년 안에 어느 한쪽이 행복하지 않으면 헤어지자는 폭탄 선언까지 했다.

두 사람은 193127일 코네티컷주 노엉크에 있는 퍼트넘의 어머니 집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에어하트는 당시 결혼하는 여성이라면 의례히 하는 남편에 대한 순종도 맹세하지 않았다. 파격에 가까운 방식이었다.

에어하트는 남녀평등을 추구하는 자유주의자였고, 그래서 결혼 후 본래의 성()이 아닌 남편 성을 따서 퍼트넘 부인으로 불리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자기 이름을 지키며 당당하고 독립적으로 살기를 원했다.

결혼식 증인으로 참석했던 로버트 앤더슨 판사가 에어하트에게 축하인사를 건네며 퍼트남 부인이라고 말했더니 그녀는 저는 에어하트를 더 선호합니다라고 말했다는 일화도 있다.

에어하트가 보통 여자가 아니듯 퍼트넘도 보통 남자는 아니었다. 그는 아내에게 위험한 일을 그만두고 집에 있으라고 하지 않았다. 도리어 아내가 더 높이 날아오르도록 격려하고 후원했고, 아내의 성취를 자랑스러워했다.

부부는 1년간의 시험 기간을 잘 넘겼을 뿐만 아니라 1937년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할 때까지 결혼생활을 유지했다.

영화 ‘아멜리아’에서 에어하트 역을 맡은 힐러리 스웽크와 남편인 퍼트넘 역을 맡은 리처드 기어(출처-네이버 영화)
영화 ‘아멜리아’에서 에어하트 역을 맡은 힐러리 스웽크와 남편인 퍼트넘 역을 맡은 리처드 기어(출처-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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