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소환한 어제의 오늘-2014년 12월 19일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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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여성 근로자가 업무로 인해 선천성 장애를 가진 자녀를 출산했다면 이는 산업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제주의료원 간호사 허모씨(32) 4명은 2009년 임신해 유산 증후를 겪다가 모두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는 자녀를 출산했다. 이들은 임신 초기에 산모와 태아의 건강에 유해한 요소들에 노출돼 태아의 심장 형성에 장애가 발생했다며 업무상 재해를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다. 하지만 공단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이상덕 판사는 19일 이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신청반려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여성 근로자가 임신 중 업무 때문에 태아에게 건강손상이 발생했다면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또한 원칙적으로 모체와 태아는 단일체로 태아에게는 독립적 인격이 없어 이로 인해 발생하는 법적 권리와 의무는 모체에 귀속된다법률상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산업재해보험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당사자가 근로자임을 전제로 한 산재보호법을 태아에게도 적용한 법원의 첫 판단이다. 지금까지는 근무 중 유산을 한 여성에 한해 그 인과관계가 입증될 때 산재가 인정됐다. 현행법은 태아가 잘못돼 유산을 해야만, 극단적인 표현으로 태아가 죽어야만 산재로 인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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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허모씨 등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은 약품 분쇄작업을 했다. 임신 간호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작업시 거의 대부분 장갑이나 마스크와 같은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았다. 간호사들의 약품 분쇄작업은 2011년 폐지됐다.

제주의료원은 2011년 노사합의로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역학조사를 의뢰했는데, 조사 결과 제주의료원에서 사용된 약품들 중에 FDA X등급은 17, D등급은 37종이 포함되어 있었고, 이들 약품은 분쇄 과정에서 간호사들에게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FDA X등급은 동물실험 및 임상시험에서 태아 독성이 확인되었거나 기존에 기형을 유발한 약물로 위험성이 유효성보다 큰 약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프로스카(X등급, Finasteride)는 임산부가 접촉하면 태아의 남성생식기 기형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고, 카마제핀(D등급, Carbamazepin)은 임산부가 복용할 경우 선천성 심장기형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호사들의 손을 들어준 1심의 판결은 2심에서 뒤집혔다.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은 근로자 본인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렇게 1심과 2심의 판결이 정반대로 갈린 가운데 대법원 판결에 관심이 집중됐다.

2020429일 대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엄마들의 승리였다. 소송이 제기된 지 6년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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