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으로 얻은 아들이 있기에 존엄한 죽음이 가능한 것

출처-나무 위키
출처-나무 위키

복잡한 정치사, 어려운 경제상황, 그래서 뉴스를 잘 안보게 되는데, 최근 외신 보도 하나가 내 마음을 움직였다.

바로 배우 알랭 들롱이 안락사를 결정했다는 소식이었다. 알랭 들롱이 누군가.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외모와 매력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별 중의 별이었다. 전 지구적 꽃미남이엇고, 지금도 미남의 대명사로 일컬어진다.

여성 편력도 대단해서 주로 여배우들과 약혼, 파혼, 결혼, 이혼, 재혼, 거기에 외도까지 남녀 관계에서 있을 법한 모든 일들을 다 해냈다(?).

바람둥이, 불륜남, 나쁜 남자, 스캔들 메이커 등 불명예스러운 표현이 어울릴 법한 인생을 살았지만, 알랭 들롱이 잘한 일이 있다. 자녀를 두었다는 것이다. 아마 들롱 본인도 자식이 있다는 것을 천만다행으로 생각할 것이다.

사랑했던 여인들은 모두 떠났다. 남녀관계가 그렇지 않나. ‘에서 획 하나만 그으면 이 된다고 하듯이 헤어지면 그 뿐이다. 혼자 남은 들롱을 지킨 것은 아들이었다.

그는 수많은 여성들을 만나 1964년 나탈리 들롱과 딱 한번 결혼했고, 그 사이에서 공식적인 장남 안소니가 태어났다. 최근 안락사 결정도 그 아들을 통해 알려졌다.

그의 안락사는 당장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2019년 뇌졸중 투병 당시 아들과 논의한 것으로 상태가 더 심각해지면 실행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평생 마음 먹은 대로 행동하고, 원하는 여성들을 모두 만나면서 살았던 들롱은 이제 자신의 마지막 순간도 스스로 선택하려고 한다. 하지만 만일 그가 혼자였더라면 정말 쓸쓸한 종말이 되었을 것이다. 아들이 있기에 존엄한 죽음이 가능한 것이다.

1964년 결혼한 나탈리 들롱, 아들 안소니와의 한때(출처-네이버 블로그)
1964년 결혼한 나탈리 들롱, 아들 안소니와의 한때(출처-네이버 블로그)

들롱을 통해 결혼과 가족, 죽음을 생각해본다. 특히 요즘처럼 결혼을 안하거나 늦게 하고, 결혼하더라도 무자녀가 많은 상황에서 생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줄 사람이 있는가는 중요한 문제다.

생물학적 이유가 아니라 본인의 신념에 따라 무자녀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젊을 때는 힘이 넘치고 자유롭게 살 수 있어서 문제 의식이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후회하는 때가 온다.

결혼사업을 30년 이상 하면서 많은 분들의 노년을 보게 된다. 젊은 시절에 정말 잘 나갔던 분들이 있다. 세상의 중심에서 삶을 만끽했던 분들이 2-30년 후에 홀로 늙어가고 있다.

어떤 분은 교통사고가 나서 몸이 너무 아픈데, 입원수속을 해줄 사람이 없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본인이 다 처리를 해야 했다. 울면서 신세한탄을 하는데, 나로서는 해줄 게 없었다.

지금이라도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하지만, 좋아할 사람이 없다. 늙고 병든 그 분을 받아줄 사람은 가족 뿐인데, 불행히도 가족이 없는 것이다.

인생의 부귀영화를 다 누렸고, 온갖 찬사와 명예로운 상도 받았지만, 들롱이 인생에서 거둔 가장 소중한 결실은 자식이다. 아들이 뇌졸중으로 불편한 아버지 곁을 지켰고, 아들과 죽음을 의논했고, 아들이 그의 임종을 지킬 것이다.

나도 개인적으로 삶의 마무리를 준비한 사람이다. 오래전부터 훌라후프를 하는데, 스스로 돌릴 힘이 없게 되면 곡기를 끊을 생각이다. 고대 로마인들은 노쇠하여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어지면 곡기를 끊고 죽음을 맞았다고 한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t)죽음을 기억하라’, 혹은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과거 로마에서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개선한 장군이 시가행진을 할 때 노예를 시켜 이렇게 외치게 했다고 한다. 오늘은 개선장군이지만, 전쟁에서 패할 수도 있고, 언젠가는 죽을 것이니 겸손하게 행동하라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던 경구였다.

죽음을 미리 생각하고 준비하기는 어렵다. 생각하기조차 싫을 수도 있다. 들롱의 소식을 접하며 메멘토 모리를 떠올린다. 나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결혼에 대해, 결혼으로 맺어진 가족이 왜 중요한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저작권자 © 웨딩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