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의 한의학-밀(소맥)
조선 고종 때 혜암(惠庵) 황도연(黃度淵) 선생이 지은 ‘방약합편(方藥合編)’에 삽입된 운문 형태의 약성가(藥性歌)를 중심으로 평소 우리가 먹는 식재료의 한의학적 효능을 살펴본다.
小麥甘寒除煩熱 止渴利水養肝血
밀은 맛은 달고 성질이 차다. 번열과 갈증을 멎게 하고 이뇨작용을 하며 간혈을 보한다. (방약합편)
한국인들이 밥 대신 빵을 많이 먹으면서 쌀 소비량이 줄고 밀 소비량이 늘고 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와 KB자영업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 1인당 하루 빵 소비량은 지난 2012년 18.2g에서 2018년 21.3g으로 늘었다. 1개 100g인 소보루빵을 1년에 77개 정도 먹는 셈이다.
이제 한국인은 밥심이 아닌 빵심, 밀심으로 산다고 해야 할 정도다.
밀은 가을에 파종해 여름에 익기 때문에 사계절의 기운을 받아 자연히 찬 기운과 따뜻한 기운을 모두 갖고 있다.
<방약합편>에는 밀의 성질은 서늘한 반면, 밀가루의 성질은 뜨겁다고 되어 있으며 <동의보감>에도 껍질의 성질은 차갑고 밀가루의 성질은 뜨겁다고 되어 있다.
번열(가슴이 답답하면서 열이 나는 증상)과 갈증을 멎게 하는 등 약으로 사용하는 밀의 성질은 찬 성질이기 때문에 약으로 사용할 때는 통밀을 사용한다.
최근 항간에 지나친 밀가루 음식의 섭취가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리고 그로 인한 부작용의 대안으로 통밀로 된 음식의 섭취를 권장하기도 한다. 한의학적으로 그 이유를 설명하자면 밀가루는 그 성질이 더운 반면 통밀은 찬 기운과 따뜻한 기운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동의보감>에 의하면 식용으로 사용하는 밀가루가 기력을 보해주고 오장을 도와주며 오래 먹으면 사람들 튼튼하게 한다고 되어 있으므로 밀가루 음식에 대한 주의는 밀가루 위주의 음식 섭취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파악하는 것이 적절한 것 같다.
한편, 밀의 종자 중에서 가벼워서 물에 뜨는 것을 부소맥(浮小麥)이라고 하는데 열을 내리고 도한(盜汗: 몸이 허약하여 땀이 나는 증상)에 사용된다.
서정환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