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성관계 시작 연령, 피임 사각지대에 갇힌 청소년들
여고생에게 콘돔 판매한 점주는 “미성년 임신 조장” 비난 받았다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임신 중단을 결심하고 산부인과를 찾은 여고생이 초음파로 태아의 심장소리를 듣는 순간 오열했다.

23일 방송된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는 만나기만 하면 싸우는 고교 동창 아버지들을 둔 제주의 로미오와 쥴리엣인 정현(배현성 분)과 방영주(노윤서 분) 커플에게 닥친 임신을 다뤘다.

비밀 연애로 서로를 위로하며 학업에 열중해온 열여덟 어린 연인들은 임신을 하자 혼란에 빠진다. 현은 충격을 받은 영주가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을 걱정하면서 내심 아이를 책임질 생각까지 하지만, 인서울 대학에 진학해 제주를 떠나는 게 목표인 영주는 처음부터 임신 중단 결심이 확고하다.

우리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네가 지운다고 하면 가장 안전한 방법을 찾아볼 거고 낳는다고 하면...”이라고 말하는 현에게 영주는 어떻게 낳아? 대학은? 네 인생 내 인생 모두 걸고 낳을 만큼 우리 사랑이 대단해?”라고 화를 냈다. 영주의 결정을 존중하기로 한 현은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생활비, 학원비에 친모가 헤어질 때 준 자신의 돌반지까지 영주에게 건넨다.

동네에서 먼 산부인과에 간 영주는 임신주수가 22주나 됐고, 유도분만을 해야 하며, 부모 동의서를 받아오라는 의사의 말에 그냥 돌아서고 만다. 그래도 결심을 꺾지 않은 영주는 20주 이상도 수술해준다는 병원을 찾아가는데, 뒤쫓아온 정현과 함께 진료실에서 의사가 초음파로 태아의 심장소리를 들려주자 눈물을 흘린다.

현과 영주 커플은 청소년 임신의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임신 6개월이 다 되어서야 임신 사실을 알았고, 피임에 실패했다. 또 부모를 비롯한 주변 어른들이나 상담기관 등을 찾아 도움을 청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쌈짓돈을 모아 수술비를 마련해 임신 중단을 하는 것뿐이다.

지난 해 10월 청주의 한 편의점 점주는 여고생에게 콘돔을 판매했다가 그 어머니와 친척들이 찾아와 항의하는 바람에 큰 곤혹을 치뤘다. 경찰까지 출동해 현행법상 미성년자에게 콘돔을 판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으나 학생 어머니는 콘돔을 팔아 미성년자 임신을 조장했다고 반박했다.

청소년의 성관계 시작 연령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등의 청소년 건강 행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성관계 경험 비율은 지난 20095.1%에서 20195.9%로 증가했다. 또 성경험이 있는 13~18세 청소년을 기준으로 성관계 시작 연령은 평균 13.6(2018)로 나타났다.

그러나 성관계 경험자의 피임 실천율은 58.7% 밖에 되지 않았다. 외국에서는 학교에서 콘돔의 사용법을 가르치는데, 우리나라는 콘돔을 성인용품처럼 취급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학교의 형식적인 성교육 등으로 청소년들은 제대로 된 성지식도 없이 성관계를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임신 사실을 늦게 알게 되고, 성인들과는 달리 임신 12주 이후에 낙태수술을 받는 청소년 비율이 높다. 수술 시기를 놓쳐 출산을 하는 청소년들도 많다. 통계청 인구동향조사 ()의 연령별 출생건수에 따르면 15~19살 여성이 출산한 건수는 1907(2016), 1520(2017), 1292(2018)이었다.

남자친구가 생긴 대학생 딸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성관계, 그리고 성관계로 발생하는 질병 등을 알려주는 편지와 함께 콘돔을 챙겨준 한 아버지는 부모가 자식들 따라다니며 말릴 수는 없지 않나? 잘못 되면 여성 건강을 더 해치니 잘 가르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성관계를 빨리 시작하는 세태를 막을 수 없다면 그들이 피임 사각지대에 갇히지 않도록 시기적절하고 올바른 성지식을 알려주고 성을 터부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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