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의 이유

시아버지가 여아를 임신한 며느리에게 낙태를 요구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했다는 이유로 며느리가 이혼과 위자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1592일 서울고등법원 가사3(이승영 부장판사)A(44)씨가 남편 B(48)씨와 시아버지를 상대로 낸 이혼과 위자료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A씨는 17년 전인 1998년 지금 남편과 결혼한 후 계속 시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A씨는 결혼 다음 해 첫 딸을 출산하고, 2년 뒤 둘째 딸을 낳았다. 이후 4년 뒤인 2005년에 쌍둥이를 임신했는데, 성별 검사 결과 여아였다.

남편과 시아버지는 A씨에게 임신중절 수술을 요구했고, A씨는 결국 낙태했다. 시아버지는 A씨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무라고 자녀 양육과 생활비 문제 등으로 의견이 다를 때 자신의 의견을 따르라고 강요하는 일이 많았다. A씨는 불만을 토로하기보다 대체로 순응하며 살았다.

그러나 시아버지와의 갈등, 남편의 무관심과 소극적인 태도에 불만이 점점 커져갔다. 결국 A씨는 결혼 15년 만에 남편에게 이혼하자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가 별거하기 시작했다.

A씨는 이혼소송을 내면서 시아버지의 모욕적 언사 등 부당한 대우로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며 남편과 시아버지에게 위자료 5천만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A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민법 840조에 규정된 이혼사유인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남편이 부인의 가출 이후 관계 회복을 바라면서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해왔고, 시아버지도 자신으로 인한 아들 부부의 고통을 뒤늦게 알고 분가를 허락하는 등 노력하는 점, 원고가 가출 전까지 이혼을 요구한 적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혼인관계가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이런 1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민법 840조에 규정된 이혼 사유는 (1)배우자의 부정 행위 (2)배우자의 악의적인 유기 (3)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의 부당한 대우 (4)자기의 직계 존속에 대한 배우자의 부당한 대우 (5)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불분명 (6)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 등 6가지다.

결혼이 부부 당사자의 책임이듯 이혼 또한 부부 중 누가 더 혼인 파탄의 책임이 큰가를 따진다. 이 경우 시아버지의 간섭과 모욕이 부부 갈등의 큰 원인이기는 해도 이를 중재하지 않은 남편의 책임이 더 크다.

흔히 배우자 원가정과의 갈등에서 고부 갈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되지만, 실제로는 시아버지, 시누이, 시동생 등 시가((媤家) 갈등이 고부 갈등보다 더 많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집안의 어른으로 인정받는 시아버지의 권위가 크고, 아들은 아버지의 영향권 안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노후에 친목활동이 활발한 여성에 비해 남성들은 외부활동이 줄어들어 그만큼 가정사에 신경을 쓰는 경향이 많다. 그러다 보니 시아버지는 아들 부부에게 더 관심을 쏟게 되고, 이것이 본의 아니게 간섭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아들이자 남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그래도 같은 여자, 혹은 엄마라는 동질감이 있어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시아버지와 며느리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아들이자 남편이 두 사람 사이에서 소통의 창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늘고 있는 장모와 사위, 즉 장서(丈壻)갈등에서 딸이자 아내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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