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유 지원 법률 없는 일본, 직장 착유 일반화된 미국

출처-pixabay
출처-pixabay

출산 후 직장에 막 복귀한 엄마들이 남모르게 부딪히는 문제가 있다. 바로 착유(搾乳, 젖을 짜는 것) 문제다. 수유기에는 모유가 체내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가슴이 당기는 현상이 있는데, 이를 방치하면 통증이 온 몸으로 퍼지고 심하면 몸 상태가 망가지기도 한다.

NHK는 둘째를 출산한 후 복직한 37세 워킹맘을 통해 모유수유를 하면서 직장에 다니는 엄마가 겪는 어려움과 직장의 착유환경, 외국 사례 등을 보도했다.

직장맘을 가로막는 착유라는 벽

6, 1살 두 자녀를 둔 유미코(37, 가명)씨는 얼마 후 복직할 예정인데, 착유 문제로 고민이 많다.

육아휴직 중에는 하루에 8회 수유를 하는데, 복직하면 아침, 저녁 총 4회로 줄어들 전망이다. 수유횟수가 줄어도 모유는 계속 만들어지기 때문에 가슴당김이 있다.

유미코씨는 첫 아이 때도 업무 중에 가슴당김이 걱정돼 불안하게 지냈다고 한다. 당시 젖을 짜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을 충분히 내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러다가 결국 유선염에 걸렸다. 유선에 모유가 고여 염증을 일으키는 증상이다.

복직 예정인 여성들에게 모유관리를 가르치는 조산사 이토오아츠미(伊藤敦美)씨는 모유수유를 계속하기를 원하면서 유선염을 피하려면 근무 중에 일정 기간은 정기적인 착유를 할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참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착유문제로 고생했던 유미코씨가 직장에서 참은 이유는 또 있다. 직장에는 안심하고 착유할 수 있는 장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화장실을 선택했다는 유미코씨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휴식시간에 화장실 한 칸에서 힘을 주어 젖을 짜냈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며 폐가 되기 때문에 여유있게 착유하는 기분이 아니었다. 특히 동료에게는 말을 못했다. 착유 자체를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정말로 화장실 밖에는 착유 장소가 없을까

노동정책연구연수기관의 나이토시노부(内藤忍) 연구원에 따르면 ILO(국제노동기구)2000년의 모성보호권고에는 각국이 직장에 착유환경을 갖출 것 등의 규정을 만들라고 권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에는 기업이 착유공간을 준비할 것을 요구하는 법률이 없다. 착유공간의 설치 여부는 기업 측의 결정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본의 노동기준법에는 ‘1살 미만 아이를 키우는 여성은 기업에 12, 30분씩 육아시간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그러나 이 육아시간은 약 100년 전의 노동환경에 맞춰 만들어진 것으로 현재의 수유와 착유가 필요한 노동자의 직장환경은 고려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되고 있다.

나이토 연구원에 따르면 노동법이 보장하는 육아시간은 1926년의 규정으로 공장 여성노동자의 수유에 맞게 만들어진 것이다. 당시에는 아기를 공장에 데려와 수유시키거나 가까이 있는 집에 가서 수유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수유를 위해 아기를 데려올 가족도 없고, 사내보육소도 그렇게 갖춰져 있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직장에서 착유하려면 장소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모유육아를 포기할까, 비위생적인 화장실에서 조금이라도 해결할까, 심지어 일을 그만둘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고 지적한 나이토 연구원은 산후의 여성노동자가 직면하는 상황에 맞줘 어떻게 할까를 이제 한번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HO2살까지 모유 수유를 계속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에는 직장의 착유 환경이 미비해 모유 수유를 포기하는 하나의 이유가 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나이토 연구원은 일본에서 착유실을 설치한 기업이 있어도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직장 착유가 일반화된 미국

해외의 경우, 선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국가도 있다.

직장 내 착유가 이미 당연시 된 국가 중 하나가 미국이다. 착유기 구입과 렌탈에 필요한 비용은 많은 보험의 적용대상일 뿐 아니라 동네의 슈퍼와 인터넷쇼핑에서 착유기와 모유를 전용으로 담을 수 있는 멋진 보냉백을 판매하고 있다.

미국에서 직장 착유가 일반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미국에는 국가 차원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제도가 없다. 출산 직후에도 하루라도 일을 쉬면 직장을 잃게 되는 경우도 있다. 출산 후 바로 직장에 복귀하는 사람들이 많은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오바마 정부 때 기업이 아이가 1살이 될 때까지 근로자에게 착유시간과 장소를 제공하도록 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서부 캘리포니아 주에는 2년 전에 주법을 개정해 착유실 설치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벌칙을 엄격하게 해서 직장환경 개선을 이끌었다.

쉐브론은 착유는 물론 모유배달 서비스도 제공

미국 기업 쉐브론의 직장착유실에는 세면대, 모유보관용 냉장고, 자동축유기 등이 갖춰져 있다.(출처-NHK)
미국 기업 쉐브론의 직장착유실에는 수도시설, 모유보관용 냉장고, 자동축유기 등이 갖춰져 있다.(출처-NHK)

캘리포니아 주에 본사가 있는 에너지 회사 쉐브론(Chevron)20여 년 전부터 착유실을 설치, 주 법률에 맞게 개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출근이 제한됐을 때도 착유실은 유지됐다.

쉐브론의 직원인 테레사 그나완씨는 첫 아이 출산 후 3개월 만에 직장에 복귀했다. 출산휴가 전부터 수차례 착유에 관해 상사와 상담을 해 복귀 후에 사무실 근처의 착유실을 13회 정도 이용했다.

테레사씨는 일하는 사무실 근처에 착유실이 없는 경우에는 새롭게 착유실 설치를 해달라고 할 수도 있다. 착유실은 회의실처럼 온라인으로 예약이 가능하고 그 시간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다. 상사와 출산 전부터 여러 상담이 가능해 복귀에 대한 불안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주법에 맞춰 착유실에 의자, 테이블, 전원, 수도, 냉장고를 갖추고 있다. 또한 병원에서 사용하는 자동착유기가 설치되어 있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회사가 설치 및 보수를 하고 있어 이용하는 여성들의 부담이 크게 경감되고 있다.

게다가 회사는 출장지에서 착유된 모유를 온도관리 해 집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런 착유 환경에서는 일 때문에 모유 육아를 포기하는 일은 없다. 회사의 복리후생 담당자는 이런 지원이 여성의 직장복귀를 위해 필요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직장 착유가 확산되면서 미국에서는 새로운 비즈니스도 생기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착유전문 컨설팅 회사가 있다. 착유실에 관해 기업에 상담을 제공하는 외에 착유기의 렌탈과 유지보수, 고용주와 종업원 교육 등 착유관련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착유 상품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보다 간단하게 부담 없이 착유할 수 있는 무선착유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전용 브래지어 속에 넣고 스마트 폰으로 작동시켜 사용한다. 소리도 조용해 직장동료가 눈치 못 채게 착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최소한의 공간과 물품으로 착유실 만든 회사

일본의 한 회사는 직장 내 빈 공간에 최소한의 물품을 구비해 착유실을 설치했다.(출처-NHK)
일본의 한 회사는 직장 내 빈 공간에 최소한의 물품을 구비해 착유실을 설치했다.(출처-NHK)

미국처럼 법률과 설비가 갖춰지지는 않아도 일본에서는 최소한의 착유 공간을 확보하는 방법도 사용되고 있다.

미야기현(宮城県)의 한 주류생산기업은 2년 전에 직접 만든 착유실을 설치했다. 방에는 소파와 테이블, 방을 가려주는 커텐, 그리고 살균 스프레이 등이 있다. 사내의 빈 공간을 이용했다.

이토오아츠미 조산사는 착유공간은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안전하고 청결한 장소여야 하고모유를 보존할 수 있는 냉장고, 자동착유기용 전원, 전자렌지(소독용), 착유기와 손을 씻을 수 있는 수도시설 등이 갖춰지면 좋고, 사무실 내 또는 가까이 있으면 더욱 좋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웨딩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