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잡일, 직장내 성평등 가로막는다

출처-pixabay
출처-pixabay

90년대를 배경으로 한 한국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는 커피 타기, 사무실 정리 등 온갖 잡무를 떠안는 고졸 여성 노동자들이 등장한다. 특히 남성 직원들의 책상을 닦고 재떨이를 비우는 모습에서 그 시절 여성 직장인들이 겪었던 차별적 상황이 잘 나타난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사무실에는 필요하기는 해도 업무라고 하기는 곤란한 수많은 일들이 있고, 많은 여성들이 회의록 작성, 파티 준비, 이직자를 위한 선물 사기 등의 일들을 업무의 일부라고 받아들인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렇듯 조직의 기능에 중요하나 보상이나 인정을 못받을 가능성이 높은 잡일(non-promotable work)’에 여성의 시간과 에너지가 불평등하게 사용됨으로써 직작 성평등의 보이지 않는 장애물이 됐다고 주장하는 책이 출간됐다.

피츠버그 대학 경제학과의 리즈 베스터룬드(Lise Vesterlund) 교수와 3명의 친구들이 함께 쓴 <노 클럽: 여성의 잡일을 중단시키기(The No Club: Putting a Stop to Women’s Dead-End Work)>.

베스터룬드 교수는 여성이 팀을 도와주는 착한 사람들이라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그런 일을 한다고 사람들이 기대하기 때문에 그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저자들은 각자의 업무를 통제하는 방법에 대한 책을 쓰려고 했다. 그러나 수년간의 연구과정에서 공공부문이건 민간부문이건 여성들이 사무실내 가사일(office housework)과 저평가 되는 업무들의 부담을 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승진과 임금인상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베스터룬드 교수는 여성들이 남성과 같은 속도로 승진하기 못하는 중요한 이유가 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직종이나 직급에 관계없이 이 문제가 없는 곳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 대형 자문회사 종업원들의 업무시간에 관한 분석에서는 직급에 관계없이 중위평균에 있어 여성은 남성에 비해 매년 잡일에 약 200시간을 더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직급의 경우에는 여성들이 의미있는 업무를 희생하면서 잡일을 하는 데 비해 남성들은 여성보다 높은 가치의 업무(예를 들면, 고객 상담)에 매년 250시간을 더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높은 직급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모두 동일한 시간을 높은 가치의 업무에 사용하는데, 따라서 여성의 총 업무시간이 남성보다 많았다.

이 회사 대표는 이런 불균형에 충격을 받았으며, “이는 조직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것이었다고 베스터룬드 교수는 말했다.

출처-pixabay
출처-pixabay

베스터룬드 교수에 따르면 이런 불균형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여성들이 그런 부탁을 남성보다 더 많이 받는 것, 그리고 여성들이 그 부탁을 받아드릴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여성들은 거절을 하면 죄책감을 느낀다. 여성들은 받아줄 것이라고 사람들이 기대하기 때문이다.

남녀가 섞여있는 그룹에서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일을 맡을 가능성이 남성보다 48%가 높다는 실험결과도 있다. 이런 집단적 기대가 관리자나 직원들에게 체화되면서 개인의 경력에 누가 되고 불평등을 고착화시킨다.

베스터룬드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생산성이 낮은 업무를 하는 직원들은 더 낮은 임금을 받고, 본인들도 협상을 통한 임금인상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잡일에 있어 남성들은 (여성보다) 전략적이다. 그들은 커넥션을 가질 수 있는 일을 선별한다고 베스터런드 교수는 설명했다.

2021년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종업원 복지와 다양성, 공평성, 포용성 등에 여성들이 주도적인데 이언 업무에는 종종 대가가 없다.

가사일과 함께 이런 압박적인 잡일은 직장 여성들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준다. 맥킨지 보고서는 그 위험이 실질적이다라고 경고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잡일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성불평등은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업무의 탄력성을 높여준다는 하이브리드 근무제는 종종 여성들이 눈에 덜 띄게 함으로써 불평등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대형 회계법인인 딜로이트(Deloitte)의 한 조사에 따르면 원격근무 여성의 60%가 회의에서 소외되는 느낌을 받았고, 45%는 상사에게 충분히 노출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베스터룬드 교수는 고용주와 종업원 모두 조직 내에서 보다 공정하게 잡일이 배분되도록 숙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비뽑기나 당번제 등을 통해 다수의 직원이 분담하거나 기존의 업무 부담을 고려해 분배할 수도 있다. 그런 일들이 남성과 여성에게 공평하게 배분된다면 많은 일들이 제 자리를 찾을 것이다.

 

 

저작권자 © 웨딩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