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후회, 여성의 짐을 사회가 수용해야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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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됨을 후회함(Regretting Motherhood)”

이 말은 이스라엘의 사회학자인 오르나 도나스(Orna Donath)가 발표한 연구서의 제목이다.

현재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과거를 돌아본다면 다시 엄마가 되는 것을 선택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한 이스라엘 여성 23명을 인터뷰한 내용으로 구성된 이 책은 발매와 동시에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 3월 일본에서 이 책이 발매된 후 SNS상에는 세계 각지에서 일었던 파문이 재현되고 있는 양상이다. 많은 비판과 공감이 교차됐고, 치열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NHK는 엄마와 여성의 삶, 사랑과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엄마에게 부여된 역할, 그리고 엄마의 후회를 사회가 숙고해야 하는 이유 등을 보도했다.

엄마됨을 후회함이라는 제목을 본 사람들은 SNS에 많은 반응들이 올렸다.“이렇게 말해도 되나?”,“아이 일을 생각한다면 안 되는 것 아닌가?”, “그런 사람이 정말로 있나?”등이다.

한편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난다”,“가슴을 찌른다. 나와 관계된 말들이 넘친다”,“생각하지 않으려 한 일들에 갑자기 마주했다23명의 여성들에 대한 공감도 많았다.

고민하면서도 숨겨야 했던 금기가 드러났다

반세기에 걸쳐 엄마와 모성에 관한 연구를 계속해온 게이센 조가쿠엔 대학(恵泉女学園大学)의 오오히나타 마사미(大日向雅美) 학장은 여성의 사회활동에 대한 얘기들이 많은데, 엄마라는 중책을 계속 떠맡으면서 여성이 엄마가 되는 것과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은 아닐까?”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엄마로서 후회한 적이 있는 여성의 존재를 보여주는 설문조사가 있었다. 2019년 민간조사 기관이 413명의 엄마들을 대상으로 아이를 낳지 않았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제시하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조사 결과, “없다59.6%로 가장 많았고, “몇 번 정도 있다”26.6%,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7%, “한 번 있다” 6.8% 순으로 나타났다.

가족과 양육에 관한 글을 집필하는 에세이스트 겸 번역가인 무라이 리코(村井理子)씨는 이 책을 읽고 SNS에 이런 글을 올렸다.

많은 엄마들이 한 번은 생각하는 고민이지만, 마음 속에 숨겨놓은 금기가 드러났다는 충격과 기쁨이 아닐까. 나도 지금까지 몇 번이나 생각했는지 모른다. 인간으로서 다양한 일에 후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데, 말해서는 안되는 일이라서 숨겨놓지 않으면 안된다...엄마라는 것은 자신을 버리고 아이에게 보상 없는 사랑을 계속해서 주는 이미지가 사회에도, 엄마 자신에게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로 표현됐다는 것은 큰 진전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됨을 후회함'의 저자 오르나 도나스(출처-위키피디아)
''엄마됨을 후회함'의 저자 오르나 도나스(출처-위키피디아)

엄마의 후회가 개인의 일로 끝나지 않아야

이 책이 처음 출판된 독일에서는 트위터 상에 “#regrettingmotherhood”라는 해시태그로 논쟁이 있었고, 그 중에는 저자와 책에 실린 여성들에게 개인공격에 가까운 격렬한 비난도 있었다고 한다.

저자인 오르나 도나스는 NHK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반발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엄마에게 후회라고 말하지 못하게 하면서 우리는 사랑모성에 의지해 왔으며, 엄마에게만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게 하고 있다. 엄마의 후회는 사회가 갖고 있는 모성에 대한 인식과 규범, 엄마에게 하중을 짊어지게 하는 것 등과 분명히 관련돼 있다. 엄마는 인간을 초월한 여신과 같은 존재가 아니다. 모성을 더욱 인간적으로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사에 응한 여성들은 인터뷰를 통해 점점 자신을 말하는 언어를 획득해 갔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돌이켜보고, 기분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중요하다. 내가 목표한 것은 아이를 낳고 싶은 사람은 낳고, 낳고 싶지 않은 사람은 억지로 낳게 하지 않는 사회다. 여성의 신체와 생각은 여성 자신의 것이고, 주위의 압력을 받지 않고 자신의 의사로 결정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오히나타 학장은 여성이 자신을 정면으로 마주해 아이를 가진다는 선택이 자신의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스스로의 언어로 말하는 점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엄마의 후회에 대한 사회의 태도를 강조했는데, 엄마가 후회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도록 하면서 이것이 개인의 일로 끝나지 않고 사회의 숙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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