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식권 보호⦁사회안전망 확대 등 조치 시급

미 연방 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했던 1973년‘로 대 웨이드’ 사건의 원고였던 제인 로(가명), 훗날 본명이 노마 맥코비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42세 때 모습(출처-위키피디아)
미 연방 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했던 1973년‘로 대 웨이드’ 사건의 원고였던 제인 로(가명), 훗날 본명이 노마 맥코비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42세 때 모습(출처-위키피디아)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24일 임신 6개월(24) 이전까지 여성의 낙태를 허용한 1973로 대() 웨이드대법원 판결을 폐기함으로써 헌법상 여성의 낙태권은 더 이상 인정받지 못하게 됐다.

이후 미국 전역에서 낙태권 폐지 반대시위가 벌어지고, 배우나 가수 등 많은 스타들이 이번 판결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의 팝스타인 올리비아 로드리고(19)는 공연 무대에서 많은 여성과 소녀들이 죽게 될 것이다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낙태권 폐지 이후 미국에서는 특히 유색 인종들의 임신관련 사망이 증가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계속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생식권을 보호하고 (임신관련) 환자들의 건강을 위한 빠른 조치를 촉구했다.

미네소타 대학 공공보건학과의 레이첼 하드만(Rachel Hardeman) 교수는 임신을 유지하게 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고, 그러면 더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처해지게 된다면서 임신의 증가는 사망 가능성의 증가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주별 낙태금지 규정으로 인해 낙태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매년 추가로 75천건의 출산을 하게 된다는 추정치도 있다. 낙태금지는 특히 젊고 가난한 유색인종과 이미 임신 중인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다.

미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모성사망률이 훨씬 높은 나라이며, 임산부에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한 나라이다. 미국질병관리센터(CDC)에 따르면 태어난 아이 10만 명당 임신ㆍ출산 으로 사망하는 임산부 수를 나타내는 모성사망률은 2020년 기준 23.8명으로 한해 861명의 여성이 사망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앞줄 가운데)을 비롯한 연방대법원의 대법관 9명, 이들 중 6명이 보수셩향이다.(출처-위키피디아)
존 로버츠 대법원장(앞줄 가운데)을 비롯한 연방대법원의 대법관 9명, 이들 중 6명이 보수셩향이다.(출처-위키피디아)

이번 연방대법원 판결로 절반 이상의 주에서 낙태가 금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도 마이크 펜스(Mike Pence) 전 부통령처럼 연방차원의 낙태금지를 요구하는 의원들도 있다.

콜로라도 대학 사회학과의 아만다 진 스티븐슨(Amanda Jean Stevenson) 교수는 연방차원의 낙태금지는 전국적으로 임신관련 사망을 21% 증가시킬 것이고, 특히 유색인종의 경우 그 증가율이 33%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캘리포니아 대학 가족보건간호 전공의 모니카 맥레모어(Monica McLemore) 교수도 이미 유색 인종들의 상황이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2016~2017년 자료에 따르면 이미 미국 내 흑인들은 백인에 비해 임신으로 인한 사망가능성이 3.5배 높고, 2020CDC 분석으로는 2.9배가 높다. 그리고 흑인들은 낙태 서비스의 필요성이 더 높다.

레이첼 하드만 교수는 낙태서비스 접근이 어려워지면 흑인, 인디언, 라틴계 사회가 특히 영향을 받을 것이고, 인종간 모성사망률 격차는 더 악화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하드만 교수는 이번 판결과 낙태금지는 인종차별 문제로 생각해야 한다. 그 영향이 흑인임산부와 다른 유색인종 임산부, 농촌지역이나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크기 때문이라면서 솔직히 백인우월주의라는 불평등한 시스템이 강화된다고 비판했다.

낙태를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는 기존의 주들은 모성사망률과 영아사망률이 높다. 예를 들어 미시시피주는 미국에서 모성사망률이 가장 높은데, 다른 주에 비해 거의 2배이며, 영아사망률도 가장 높다.

임신으로 인해 사망위험이 높아서 낙태를 원하기도 하고, 건강상의 문제나 위험한 주거환경, 괴롭힘(harassment), 신분상의 문제 등으로 낙태를 원하기도 한다.

아만다 진 스티븐슨 교수는 낙태를 하는 이유는 임신을 유지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면서 낙태를 하는 것이 임신을 유지하는 것 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출산은 낙태보다 사망위험이 14배 높다.

많은 생식권 연구자들에게 이번 판결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캘리포니아 대학 가족보건간호 학과의 모니카 맥레모어 교수는 오랫동안 이런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 흑인들의 사망원인통계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그것들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도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고 반문했다.

 

의회 내 흑인모성건강 단체의 회원들은 임산부들의 웰빙을 보장하는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 의회는 유급가족휴가와 저소득층 및 산후환자를 위한 건강보험 등과 같은 사회안전망을 확대시킬 수 있다.

맥레모어 교수는 이런 조치들은 필요한 사람들에게 생식건강 서비스가 제공되게 할 뿐 아니라 환자들이 사망하는 것도 예방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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