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나이가 아이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83세에 아들을 얻은 배우 알 파치노(출처-나무위키)
83세에 아들을 얻은 배우 알 파치노(출처-나무위키)

보통 임신에서는 여성의 나이와 생식력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임신과 태아의 건강에는 남성의 나이도 큰 영향을 준다.

가디언은 나이 들어 엄마가 되기를 원하는 여성들에게는 출산을 말리지만 나이든 남성들에게는 그렇지 않다고 전하면서 나이든 남성들이 아빠가 될 때 발생할 수도 있는 다양한 위험에 대해 보도했다.

많은 나라에서 나이 든 아빠들의 자녀 출생률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35~39세 남성 1,000명당 출생아 수가 198043명에서 201569명으로 증가했다.

나이는 정자에 영향을 준다. 93839명을 대상으로 한 90개의 개별 연구를 종합적으로 살펴본 2015년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남성의 나이는 정자의 질(정자의 형태, 운동성, 손상된 정자의 수 등)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에서는 정자의 물리적 특성이 중요하다. 40세 무렵부터 정자 운동이 느려져 수정이 더 어려워진다. 영국 커플 2112쌍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46세 이상 남성들은 임신에 1년 넘게 걸릴 확률이 25세 미만 남성들에 비해 5배에 가깝다는 것이 밝혀졌다.

체외수정의 경우에도 비슷하다. <보조생식 및 유전학(Journal of Assisted Reproduction and Genetics)>지에 올해 실린 한 연구는 11개의 연구와 1527건의 난자기증을 살펴봤다. 그 결과 남성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정상출산율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 든 남성의 임신은 유산이나 사산의 가능성도 높인다. 또 나이 든 남성의 태아는 조산(임신 32~37)과 극조산(임신 28~32)의 가능성이 젊은 남성에 비해 높다.

나이든 아빠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은 구순구개열, 횡격막 천공 등의 선천적 장애를 가질 확률이 높고, 아빠의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그 가능성이 증가한다.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는 암도 있다. 출생 신고가 된 약 2백만명의 아이들에 대한 덴마크의 한 조사에 따르면 아빠의 나이가 5살 많아짐에 따라 일부 소아백혈병의 가능성이 13%씩 증가한다. 뇌암과 유방암의 위험도 높아진다.

신경학적 영향도 있다. 아빠가 41세 이상일 때 태어난 아이들은 30세 미만 아빠들의 아이에 비해 자폐증의 가능성이 거의 6배 높고, 51세 이상 아빠들의 경우 아이의 조현병 위험이 최대 5배 높아진다. 강박장애와 ADHD, 양극성 장애 등도 아빠의 나이가 많으면 그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성들은 평생 쓸 난자를 갖고 태어나 30대 중반이면 손상되기 시작하고 점점 줄어들면서 50세 무렵 생식기능이 폐쇄된다. 반면 남성들은 죽을 때까지 계속 정자를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자공장이 오래될수록 생산 과정에서 결함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자의 원재료는 고환에 있는 정조줄기세포(spermatogonial stem cells)라는 미숙한 세포들이다. 정조줄기세포가 지속적인 세포분열을 통해 총량을 유지한다.

세포분열에는 약 30억개의 문자로 구성된 유전체(genome) 전체의 복사가 진행되는데, 그 과정에서 드물게 실수가 발생하고 그렇게 생겨난 정자는 그 돌연변이 요소를 영원히 갖게 된다.

남성의 나이가 들수록 정조줄기세포의 복사횟수가 증가한다. 25세 남성의 정자는 350회의 복사를 겪지만, 45세 남성의 정자는 750회의 복사를 겪는다고 한다. 그리고 복사횟수가 증가할수록 실수의 가능성도 증가한다. 나이든 남성의 아이가 젊은 남성의 아이보다 유전적 돌연변이를 가질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다.

중요한 것은 아빠의 나이인데, 문제는 나이 든 아빠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혼연령 상승, 재혼, 보조생식, 비아그라(Viagra)같은 발기부전 치료, 나이 들어 아빠가 되는 유명인들 등이 그 요인이 되고 있다.

영국의 록스타 믹 재거는 73세에, 배우 로버트 드니로는 79세에, 그리고 알 파치노는 무려 83세에 아이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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