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체모에 대한 금기 깨기

1999년 영화 '노팅 힐' 시사회에서 배우 줄리아 로버츠는 겨드랑이 털을 노출시켰다.(출처-CNN)
1999년 영화 '노팅 힐' 시사회에서 배우 줄리아 로버츠는 겨드랑이 털을 노출시켰다.(출처-CNN)

새해에도 어김없이 SNS상에 재뉴헤어리(Januhairy)’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재뉴헤어리는 1(January)과 많은 털(hairy)을 합성한 단어다.

여성들은 1월 한 달간 털을 기르자는 재뉴헤어리 캠페인이 올해로 6년째 1월을 달구고 있다. 40만명 이상의 팔로워가 있는 이 캠페인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일상에서 자신의 체모를 드러내고 있는 여성들의 사진이 게재된다.

이 운동을 처음 제안한 사람은 영국의 로라 잭슨(26)이다. 잭슨은 대학생이던 2018년 학교에서 연극을 준비하면서 제모를 하지 않았는데, 어머니가 게을러서 안했냐고 묻는 것을 보고 여성의 털에 대한 사회적인 금기를 새삼 알게 됐다고 한다.

잭슨은 2021년 영국 신문 메트로와의 인터뷰에서 재뉴헤어리는 몸을 대하는 방식과 이유를 생각하게 하는 해방운동이라면서 조만간 사람들이 자신의 체모와 관련해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상황, 심지어 체모에 관한 언급도 하지 않는 상황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실 여성의 체모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사람은 미국 배우 줄리아 로버츠(56). 로버츠가 1999년 영화 노팅 힐시사회에서 반짝이는 빨간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손을 흔들자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그의 겨드랑이 털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당시 로버츠의 겨털은 영화보다 더 큰 이슈가 됐다.

이후 여배우를 비롯한 많은 여성 셀럽들은 겨털을 제거하지 않고 대중 앞에 서고 있다.

CNN에 따르면 고대 이집트와 로마시대 그리고 르네상스 시대의 유럽인들이 제모를 한 기록이 있기는 하다. 그러다가 서구에서 여성들의 겨드랑이와 다리, 비키니 라인과 입술 위에 털이 없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상황은 1차 세계대전 이후 휴대용 안전면도기가 나오면서부터다.

이로 인해 당시 패션에도 변화가 생겼는데, 겨드랑이를 드러내는 민소매 상의, 다리가 더 드러나는 짧은 치마 등이 유행하게 되었다.

그 결과 면도기 회사인 질레트사는 호황을 누렸고, 여성들에게까지 공격적으로 시장을 넓히려는 질레트의 마케팅이 계속 진행됐다. 이와 함께 새로운 미의 기준을 제시하려는 패션잡지의 사진들이 증가했다.

한 세기가 지난 후 여성의 체모는 많은 사람들에게 금기로 남게 됐다.

2021년 시장조사기업 유거브(YouGov)의 조사를 보면 영국인 59%(남성 57%, 여성 61%)가 여성의 겨드랑이 털을 보기 안 좋다고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이런 태도에는 세대별 차이가 있었는데, 젊은 세대는 여성 체모나 수염을 보기 안 좋다고 여기는 경향이 덜 했고 특히 젊은 여성들은 여성의 체모를 받아들이는 경향이 더 두드러졌다.

실제로 체모가 보이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틱톡(TikTok)에서 해시태그 #체모긍정(#bodyhairpositivity)24백만 뷰를 넘었고, 면도브랜드 빌리(Billie)는 광고모델들의 체모를 보여주고 있으며, 겨드랑이 털이나 음모를 부드럽게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미용제품 퍼 오일(Fur Oil)을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이 진보적으로 흐르고 있지는 않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의 브렌느 파스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그리고 많은 서유럽 여성의 92~99%가 정기적으로 겨드랑이와 다리의 털을 제모하고 있다는 조사를 인용하면서 안전벨트 착용이나 이 닦기도 이 정도 수준은 아닐 것이다. 관습이 얼마나 강력한지 놀랍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웨딩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