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에르토리코의 수도 산후안의 한 항구(출처-pixabay)
푸에르토리코의 수도 산후안의 한 항구(출처-pixabay)

고령임신의 증가와 함께 개인의 선택과 의사의 권유 등으로 한국에서 출생하는 아이 10명 중 6명은 제왕절개로 태어난다고 한다. 전세계적으로도 1990년대에 5%였던 제왕절개 분만율은 2018년에 이르러 21%까지 상승했다. 20여년 만에 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중미에 있는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서는 최근 몇 년 간 제왕절개 분만이 급증했는데, 이는 산모의 건강이 아니라 의료공백과 의사들의 편의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 센터(CDC)는 통계를 인용해 2022년에 푸에르토리코에서 이뤄진 분만의 50.5%가 제왕절개술로 진행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 본토의 32%를 크게 웃도는 비율이다.

일반적으로 제왕절개는 산모나 아기를 위해 보다 안전한 방안이라고 간주될 때 사용되며 간혹 생명을 구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푸에르토리코에서는 의사들의 편의를 위해 제왕절개술이 시행되는 경우가 많다. 보건전문가들은 주간과 휴일 전 등 의료진에게 편한 시간으로 수술 일정이 잡힌다고 밝혔다.

CDC의 보고서를 보면 푸에르토리코의 중부 바야몬시의 경우, 2018년과 2022년을 비교할 때 출생율은 6.8%포인트 증가한 데 비해 제왕절개술은 12%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왕절개술의 증가만이 문제가 아니다. 푸에르토리코는 의사들의 국외유출이 두드러지고 대규모 공공부채로 인해 각종 지원과 예산이 깎이고 있다.

푸에르토리코의 인구 320만명 중 40% 이상이 빈곤 수준 미만으로 생활하고 있다. 이곳의 경제적 상황은 모든 보건시스템에 영향을 주고 있다.

또 미국 영토의 일부로서 사회보장세와 메디케어(Medicare, 미국정부의 건강보험제도) 세금을 납부하지만, 푸에르토리코는 미국의 50개주보다 훨씬 낮은 연방정부 보건지원을 받고 있다. 다른 주들과 달리 정해진 액수만을 지원받으며 그마저도 경비상한 제도 하에서 지출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많은 산과 의사들이 재정적인 이유로 미국으로 가고 있어 의료공백이 야기되고 있다. 그 결과 의료진 부족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제왕절개술이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산모가 진통을 하는 동안 의사가 옆에 있기에는 의료수가가 충분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의사이자 푸에르토리코 대학교의 로드리게스 교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제왕절개 분만은 종종 엄마들이 둘째 아이를 가질 의욕을 꺾는다면서 그것이 출생율 하락의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3년 푸에르토리코에 등록된 출생아 수는 17772명으로 이는 출생 기록이 시작된 1888년 이후 최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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