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장애인 예술가 앨리슨 라퍼(Alison Lapper)의 전시회가 열리면서 19년 전 임신한 그녀를 모델로 제작된 조각상이 등장했던 당시가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라퍼는 1965년 두 팔이 없고 다리가 짧은 상태로 태어났다. 19살 때 운전을 배웠고, 브라이튼 대학교에서 미술과 건축을 전공해 1등으로 졸업했다. 이후 정상적인 신체와 아름다움에 의문을 제기하는 다양한 작품 활동을 이어왔고, 그런 공로를 인정받아 대영제국훈장을 받았다.

라퍼는 동료 예술가인 마크 퀸(Marc Quinn)이 만든 그녀의 조각상이 공개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퀸은 1999년부터 팔다리가 없거나 절단된 사람들의 조각을 제작했고, 그 무렵 라퍼를 소개받아 임신 중이었던 그녀의 모습을 조각하기 시작했다. 작품은 라퍼가 출산을 하고 아들이 3살이 됐을 때 완성됐다.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 전시되던 당시의 '임신한 앨리스 라퍼'(출처-마크 퀸 홈페이지 캡처)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 전시되던 당시의 '임신한 앨리스 라퍼'(출처-마크 퀸 홈페이지 캡처)

임신한 앨리스 라퍼’(Alison Lapper Pregnant)라는 작품은 런던과 독일의 화랑에 전시되어 큰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2005915일 이 작품이 런던 중심부에 있는 트라팔가 광장의 4번째 기둥 위에 올려졌을 때는 수많은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

퀸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런던에 있는 조각상의 절반은 세계를 정복한 죽은 사람들의 것이다. 그러나 여기 미래를 바라보는 살아있는 여성이 있다. 나와 앨리슨이 세상을 조금이라고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것으로 훌륭하다. 앞으로 500년 동안 사람들은 이 조각상을 보고 앨리슨을 기억할 것이다. 앨리슨은 불멸이고 그녀가 상징하는 것은 우리가 죽어도 남아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라퍼는 당시 더 선(The Sun)’트라벌가 광장(Travulgar Square, vulgar ‘저속한이라는 뜻, 트라팔가 광장을 비하)이라고 표현했다. 이제는 사람들이 그렇게 낯 뜨거운 표현을 하지는 않지만, 비난은 아직 있다고 말했다.

임신한 앨리스 라퍼는 기둥 위에 전시될 다음 작품의 제작이 늦어져 2년 동안 광장에 놓여있었다. 이후 5년 만인 2012년 런던에서 열린 하계 패럴림픽 개막식에 다시 등장했다.

퀸은 이 작품을 공공장소에 전시하기 위해 장소를 물색했지만, 아직 찾지 못했다고 한다. 많은 단체들이 공공광장이 개인소유라는 이유로 전시를 거부했다. 논란이 되는 작품과 엮이고 싶지 않은 것이라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라퍼의 아들 패리스는 약물과 정신 건강 문제로 4년 전 사망했다. 라퍼는 나보다 오래 남아있을 임신한 나의 조각상을 갖는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이 작품은 나보다 더 오래 남아있을 것이고, 이미 내 아들 파리스보다 오래 남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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