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성인이 된 20대 초반 청년들 중 절반이 이미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승진 이화여대 일반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박사 수료생과 정익중 사회복지학과 교수 등 연구팀은 최근 학술지 한국사회복지학에 <청년들은 무엇을 포기하고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게재한 논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연구팀은 월드비전이 주관한 ‘2022년 한국 미래세대 꿈 실태조사’ 자료를 활용해 전국 6개 권역 소재 만 19~23세 청년 500명을 대상으로 연애, 결혼, 출산, 내집마련, 자기계발 등 10가지 항목에 대한 미래 계획이 있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을 거의 계획하지 않는 ‘결혼·출산 포기형’, 모든 항목에 계획이 있는 ‘미래계획형’, 다수 항목의 계획을 포기한 ‘N포형’ 등 세 유형으로 구분됐다.
세 유형의 비율은 결혼·출산 포기형이 50.4%로 절반을 차지했고, 미래계획형은 31.2%, N포형은 18.4%였다.
결혼·출산포기형은 대인관계, 취미생활, 건강관리, 자기계발 등 항목에서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청년 비율이 80％ 이상이었고, 내집마련에 대한 계획은 66.1％가 갖고 있었다. 연애 계획이 있는 경우는 35.8％, 결혼과 출산 계획은 각각 0％, 0.3％에 그쳤다.
미래계획형은 출산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97％ 이상이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출산 계획을 가진 청년은 76.2％였다.
N포형에서 각 문항에 대해 계획이 있는 청년은 최대 45.7%(취업·창업)에 불과했다. 특히 결혼과 출산 계획이 있는 경우는 각각 13.2％, 11.5%뿐이었다.
연구팀은 “한국의 ‘N포세대’는 결혼·출산포기형과 N포형으로 전체 68.8％의 매우 높은 비율이다. 특히 결혼과 출산만을 포기하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유형별 특성을 살펴보면 최종학력은 미래계획형, 결혼·출산포기형 순으로 높았다. 또 N포형이 미래계획형, 결혼·출산포기형보다 높은 우울·불안을 보였고, 행복감은 미래계획형, 결혼출산포기형, N포형 순으로 높았다.
20대 초·중반 청년들은 결혼하지 않으려는 이유로 ‘결혼비용’, ‘개인 삶·여가 중요’ 등을 꼽았고, 출산 계획이 없는 이유로 ‘육아 부담’, ‘개인 생활 부족’ 등을 꼽았다.
또 청년 결혼 지원을 위해 필요한 정책은 ‘출산·육아 지원’, ‘경력 단절 방지’ 등이라고 딥했다.
연구팀은 “청년의 대다수가 N개의 미래 계획을 포기했고, 포기가 청년들의 우울·불안과 행복감에 영향을 미친 만큼 청년의 희망 고취를 위한 집중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청년들의 결혼, 출산과 관련한 심리적 부담을 줄이는 정책을 지속해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