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의 폭력에도 “우발범행” 판단

서울동부지방법원

2018년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통계에 따르면, 가정폭력은 피해 상담 유형 가운데 약41%를 차지해 성폭력 다음으로 많았다.

가정폭력은 가해자가 남성이고 피해자가 여성인 경우가 94.3%, 가해자가 배우자인 경우가 65.2%(420건)로 1위이다.

또한 가정 폭력 피해 중 경찰, 검찰 및 법원에 의한 2차 피해는 23.8%(47건)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최근 어린 딸들이 보는 앞에서 아내를 수차례 폭행한 남성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한 판결이 있었다.

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4단독 박준민 부장판사는 상해,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회사원 A(50)씨에게 지난달 27일 징역 10개월과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 예방 강의 수강을 명했다.

A씨의 폭행은 2012년부터 지속됐다.

아내 B(46)씨가 보는 드라마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시비를 걸어 주먹과 발로 B씨의 머리, 배 등을 수회 때려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입히는 등 딸들이 보는 앞에서 주먹과 발로 아내의 얼굴과 전신 등을 수회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장기간 지속된 부부갈등 속에서 우발적으로 저질러진 범행이고, 아동들에 대한 직접적인 학대 행위는 없었던 점을 참작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A씨의 아내 폭행뿐만 아니라 자녀들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가 있다고 봤다. 하지만 검찰이 신청한 취업제한 명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약 8년간 가정폭력이 지속적으로 발생했음에도 아내를 때린 A씨의 행위를 우발적 범행으로본 재판부의 판결에는 의문이 남는다.

또한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폭력이 없었다고 그것을 학대행위가 없다고 봐야 하는 건지, 아이들이 폭력적 가정환경에 놓인 심각한 상황, 그리고 집행유예로 풀려난 남편이 더 이상 폭력을 행사하지 않을지, 이후의 상황 등이 판결에 얼마나 반영됐는지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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