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이야기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출처-The Bridgeman Art Library)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출처-The Bridgeman Art Library)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작품(1665년경)으로 17세기 네덜란드 회화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그림이다. ‘북유럽의 모나리자라고 불리며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 그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을 고른다면 그림 속 소녀의 복장과 진주 귀걸이일 것이다.

소녀의 복장과 머리 터번으로 볼 때 그녀의 신분은 고가의 진주 귀걸이를 가질 수 있을 만큼 부유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녀는 어떻게 귀걸이를 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런 호기심은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이어진다.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포스터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포스터

영화는 주인공 그리트의 감정과 주변 등장인물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진주 귀걸이는 영화 전반부에는 베르메르의 부인인 카타리나가 착용하고, 후반부에는 그리트가 착용한다.

베르메르의 그림에서 중요한 모티브가 되는 진주 귀걸이가 영화 속에서는 예상보다 짧게 비춰지는 점, 그리고 관심 있게 보지 않는 이상 귀걸이를 착용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점으로 봐서 영화에서 진주 귀걸이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진주 귀걸이는 영화 속 등장인물들 모두의 감정과 욕망을 담고 있는 매우 중요한 물건이다.

영화 초반의 진주 귀걸이는 카타리나가 베르메르의 관심을 끌기 위해 착용하는 정도의 역할을 했다면 영화의 중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중요한 의미를 띄게 된다. 그리트가 베르메르의 작업을 돕고, 베르메르가 그녀에게 그림에 대해 여러 가지를 알려주면서 둘의 감정은 꽤 발전된다.

영화에서 진주 귀걸이는 베르메르가 그리트에게 갖고 있는 감정을 확인시키는 역할을 해 인물들 간의 갈등과 혼란을 불러 일으키는 장치로 사용된다. 여기서 진주 귀걸이는 그리트의 당황스러움과 카타리나의 질투, 모욕 등을 모두 담고 있다.

또 제3의 인물인 마리아 틴스의 내밀한 욕망도 진주 귀걸이를 통해 드러난다. 마리아 틴스는 그림을 돈 버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림의 완성을 위해 딸의 귀금속을 하녀에게 넘기는 모습은 그녀가 돈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감정을 생각하지 않는 매정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진주 귀걸이(출처-골드팡)
진주 귀걸이(출처-골드팡)

진주는 원래 순결, 정조, 부와 건강 등을 상징하는 장신구다. 이런 의미에서 영화 속 여성 등장인물에게 진주는 부와 건강을 뜻하는 매개체다. 그들에게 진주 귀걸이는 상류층인 자신의 허영을 채워줄 수 있는 장신구에 불과하다.

반면 여주인공 그리트에게 진주 귀걸이는 순결과 정조를 뜻한다. 영화에서 귀를 뚫지 않아 귀걸이를 착용할 수 없는 그녀에게 베르메르가 귀를 뚫어주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베르메르가 그리트의 정신적인 순결을 가져갔음을 뜻한다.

또한 베르메르가 아내에게 선물했던 진주 귀걸이를 그리트가 착용함으로써 하녀라는 신분적 한계를 벗어남과 동시에 욕망을 충족하기도 한다. 그녀는 귀걸이를 착용하고 베르메르가 그리는 그림의 모델이 됨으로써 그에 대한 애정과 욕망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주 귀걸이(출처-미키모토)
진주 귀걸이(출처-미키모토)

진주의 생김새가 눈물과 비슷하기 때문에 진주는 눈물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도 그리트가 진주를 지니게 됐을 때 베르메르와 이별하게 된다.

이처럼 장신구의 역할을 하던 진주가 영화 속에서 그 상징과 의미가 적절히 사용되면서 등장인물들의 갈등을 심화시키거나 개선하는 등의 매개체로 화제의 중심이 된다.

회화를 기초로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진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오묘한 분위기와 긴장감을 장점으로 가지는 영화다. 이 영화의 분위기를 거스르지 않고 보일 듯 말듯 배치되는 진주 귀걸이는 감정과 욕망을 담는 그릇의 역할을 진주가 갖는 특징처럼 맑고 아름답게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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